“생애 첫 우승 드라마”…고지원, 제주 삼다수 극적 정상→21언더파 새 기록 탄생
제주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의 흐린 하늘 아래, 마지막 라운드를 앞둔 고지원의 눈빛에는 단단한 결의와 떨림이 동시에 깃들어 있었다. 고향 제주도에서 팬들의 환호를 지켜받는 가운데, 18번 홀 1m 버디 퍼트가 컵에 떨어지는 순간 긴 여정의 끝이 드디어 현실이 됐다. 인생 역전의 우승을 손에 쥔 고지원의 손끝에 남은 감동은 오랜 기다림만큼이나 진하고 깊었다.
10일 열린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에서 고지원은 3언더파 69타를 기록, 최종 합계 21언더파 267타로 정상에 올랐다. 데뷔 3년, 61번째 출전 만에 이룬 생애 첫 우승이었다. 노승희와 3타 차, 압도적인 피니시였다.

우승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고지원은 2022년 시드 획득 후 2023년 본투어 데뷔에도 두 시즌 연속 상금랭킹 60위 밖에 머물며 시드전 세 번을 치르는 등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올해 역시 정규투어 17개 대회 중 단 9회만 조건부 출전 기회를 잡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우승으로 시즌 남은 모든 대회 출전권과 2027년까지 시드를 확보하게 됐다. 우승 상금 1억8천만원을 더한 고지원의 시즌 상금은 3억3천727만원, 단숨에 상금랭킹 19위로 도약했다.
강행군 속 쟁취한 우승이기에 감회는 더했다. 비로 연기된 3라운드 잔여 4홀을 대회 마지막 날 오전 소화한 뒤 최종 라운드 5번, 6번 홀 연속 버디로 격차를 벌렸다. 노승희의 매서운 추격과 퍼트 난조라는 위기도 있었다. 14번 홀까지 추격을 허용하며 손에 땀을 쥐게 했지만, 마지막 18번 홀에서 1m 버디 퍼트로 다시 한 번 집중력을 보여줬다.
노승희는 3언더파 69타, 최종 18언더파 270타로 준우승을 기록했다. 윤이나는 이다연과 함께 17언더파 271타로 공동 3위, 박성현은 마지막 날 5타를 줄이며 14언더파로 공동 11위에 자리했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는 자매 동반 우승이라는 KLPGA 기록도 함께 썼다. 언니 고지우에 이어, 고지원까지 두 자매가 나란히 KLPGA 정상에 올랐던 것은 박희영·박주영 이후 역사상 두 번째다. 특히 올해 같은 시즌 자매 동반 우승은 KLPGA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고지원의 우승은 팬들에게 꿈과 희망을 되새기게 했다. 앞으로 남은 KLPGA 시즌 전 경기 출전권을 얻은 만큼, 또다시 새로운 목표와 기록에 도전하는 고지원의 발걸음에 관심이 쏠린다. 짙은 구름 속 제주도 그린 위에서 태어난 변화의 흐름이, 골프 팬들의 마음에도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