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별잡 어벤져스의 묵직한 질문”...윤종신·안희연, 긴 항해 끝에 남은 마지막 울림→지구별의 밤이 흔들렸다
아침을 깨우는 이탈리아 로마의 공기처럼,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 마지막 회는 여덟 명의 잡학 어벤져스가 서울에 모여 바다 너머에서 떠올린 깊은 이야기로 시작됐다. 밝은 미소가 스미던 그 자리에, 어느덧 인류의 미래와 존재의 가치에 대한 질문들이 차분히 쌓여가며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거대한 지구별을 향해 건네는 이들의 물음은 편안함과 동시에 뭉클한 진정성을 품었다.
음악인 윤종신, 배우 배두나, 건축가 유현준, 물리학자 김상욱, 천문학자 심채경, 이정모, 법학자 한동일, 그리고 아티스트 안희연까지, 각자의 영역을 넘나든 전문가들은 모처럼 한자리에 앉아 지중해라는 무대에서 얻은 풍경과 통찰을 나눴다. 방송의 첫 장면부터 2032년 소행성 충돌이라는 거대한 위기에 대한 유현준의 언급이 분위기를 자아냈고, 실제 ‘흰색 페인트 도포’라는 위트 어린 해결책까지 더해지며 웃음과 긴장감이 번갈아 흘렀다.

이어서 AI의 등장과 영향력이 테이블을 점령했다. 음악, 건축, 천문학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AI의 역할이 활발해지는 현실에 대해 잡학박사들은 찬반양론을 펼쳤다. 안희연은 도나 해러웨이의 ‘사이보그 선언문’을 인용해 스마트폰과 더불어 살아가는 현대인이 이미 기계와 결합한 사이보그임을 짚으며, AI와 더 적극적으로 어울려야 한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한동일은 고대 그리스의 ‘양심’이라는 개념을 끌어와,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진 집단의 윤리 기준과 인간다움에 대한 성찰을 촉진했다.
미공개 장면에선 김상욱과 안희연이 로마 미술관을 나란히 걸으며 예술을 해석하는 인문학적, 과학적 시선의 다름을 보여줬다. 예술과 과학의 거리를 좁히는 두 사람의 대화는, 인문 여행의 참된 가치를 증명했다. 천문학자 심채경이 마주한, 서서히 허물어지는 치비타 디 바뇨레조 도시는 문명의 덧없음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줬다. 마지막으로, 윤종신은 이 여정을 자작곡에 담아내며 방영 내내 나눴던 고민들의 여운을 음악으로 녹여냈다.
지중해 각 도시의 생생한 풍경과 더불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청빈을 향한 리더십이나 볼로냐의 시민 교육, 그리고 토리노에서 마주한 인간 존엄에 대한 화두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매회 달라진 박사 조합은 공감과 감성, 그리고 질문 자체의 힘을 새롭게 조명했다.
마지막 밤, 서울의 테이블 위에 남겨진 질문들은 어쩌면 또 다른 시작이었다. 잡학 어벤져스들이 지중해에서 밟고 느낀 인문 여행의 흔적과 함께, 시청자는 우리 곁에 늘 필요한 질문과 인간성의 의미에 대한 고민을 마주하게 됐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 최종회는 지난 26일 방송되며 지구별을 닮은 여운과 함께 끝없는 탐구의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