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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격노설 사실로 드러나”…특검, 최주원·강의구·박정훈 소환하며 대통령실 개입의혹 본격 추궁
정치

“VIP 격노설 사실로 드러나”…특검, 최주원·강의구·박정훈 소환하며 대통령실 개입의혹 본격 추궁

최유진 기자
입력

특검 수사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통령실의 채상병 순직 사건 개입 의혹을 중심으로 핵심 인물들이 특검에 일제히 소환됐다. 순직 해병 채모 상병 사망 이후 이를 둘러싼 수사 외압 논란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VIP 격노설을 비롯해 경찰과 대통령실, 군 수뇌부의 연관성에 따른 정국 파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는 최주원 전 경북경찰청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최 전 청장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된 최초 수사기록을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이첩받아 국방부 검찰단에 전달한 당사자로,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됐다. 이날 취재진 질문에 대해 "사실대로 성실하게 조사받겠다"고 답하며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 국방부 검찰단의 기록 회수 적법성에 대해서는 "특검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전 청장은 경찰청 미래치안정책국장으로, 수사기록 이첩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부당 개입 논란의 한복판에 선 인물이다. 지난 2023년 8월 2일 경북경찰청이 최초 기록을 받아 군 검찰단으로 넘기면서 대통령실 개입설이 불거졌다. 최 전 청장은 해병대 수사관들의 적법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며 지난 5월 공수처에 고발된 바 있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 대한 대통령실의 역할 규명을 본격화하고 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측근인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 사무실을 찾았다. 강 전 실장은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비서관을 지냈고, 대통령 도임 후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강 전 실장은 'VIP 격노설'이 제기된 지난해 7월 31일 직접 회의에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임기훈 당시 국방비서관과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며 핵심 참고인으로 꼽혔다. 이날 취재진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곧바로 조사에 임했다.

 

VIP 격노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회의에서 채상병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질책한 뒤 조사 방향이 바뀌었다는 의혹이 수면 위로 올랐다.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이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이 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특검 수사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김 전 사령관 등은 격노 사실 자체를 부인해왔다.

 

같은 날 오후 1시께에는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에 응했다. 박 대령은 "VIP 격노설이 설(說)이 아니라 사실임이 규명된 만큼 모든 것이 제대로 밝혀질 것"이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가 사건의 시작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의 VIP 격노설 인정에 대해 "진실은 모두 밝혀지고 사필귀정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정훈 대령은 지난해 7월 채상병 순직 초동조사를 지휘하며, 처음으로 수사외압을 폭로한 인물이다.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로 특정한 직후, 대통령실 회의 이후 갑자기 군 수뇌부의 이첩보류 지시와 임 전 사단장 명단 제외가 이어졌다. 박 대령은 이를 수사외압으로 간주해 경찰 이첩을 강행했으나, 항명 혐의로 기소돼 올해 1심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후 해병대 수사단장 및 군사경찰 병과장직에 복귀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특검 소환 조사로 사건의 진상이 한층 깊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군‧경찰‧대통령실의 유기적 연루 여부와 수사외압의 실체에 대한 여야 입장차는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이날 조사 내용을 토대로 대통령실 개입 의혹 전반을 추가 규명할 계획이다.  

 

정치권은 특검 조사 경과에 따라 향후 고위 공직자 수사의 신뢰성과 대통령실 책임론을 둘러싼 논쟁이 재차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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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최주원#박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