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야”…이재명 대통령, 남영동 대공분실서 권한 올바른 행사 강조

신유리 기자
입력

경찰 권한과 민주주의 가치의 충돌 지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과거 국가 폭력 현장을 찾았다.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탈바꿈한 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 권력 행사 방식에 대한 근본적 변화 필요성을 환기했다. 10월 21일 경찰의날을 맞아 이 대통령의 행보는 경찰개혁, 나아가 형사사법 제도 전반에 대한 정치권 논쟁을 재점화시켰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경찰청에서 진행된 제79주년 경찰의날 기념식 이후 곧바로 용산구 남영동 민주화운동기념관을 방문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김근태 전 의원 인권 침해 등 군사정권 시기 국가 폭력의 상징적 장소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공분실 방문은 진정한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대공분실은 군부독재 시절 경찰의 어두운 역사가 담긴 국가 폭력의 상징적 공간”이라며, 언제라도 권력이 남용될 수 있던 과거를 거울삼아 “오욕의 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는 경고의 의미도 크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509호, 515호 등 고 박종철 열사와 김근태 전 의원이 희생된 공간을 모두 둘러보며 역사의 현실성을 확인했다. 고문 장비 앞에서는 “언제 이렇게 개조됐느냐, 역사의 현장은 어떻게 훼손됐나”라며 현장 보전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현장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재오 이사장도 동행했다. 그는 “이곳은 민주화운동 탄압과 간첩 조작을 위해 1987년까지 고문실로 운영됐다”며 “6월항쟁 이후 당시 치안본부가 고문 장비들을 모두 철거해 역사 기록이 손상됐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정부 차원의 복구 지원도 요청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이재명 대통령 행보가 단순한 검찰개혁이나 경찰개혁을 넘어, 권력기구 감시와 경찰 책임성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개혁 과정에서 권한 강화가 오히려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과, 제도 개혁의 취지를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여야는 이날 경찰 개혁 주체와 방향을 두고 역시 견해차를 내비쳤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주 공권력 회복의 상징적 행보라면서 ‘진정한 시민 보호자’로 거듭나야 한다는 요구를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반면 “경찰력 약화는 범죄 대응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이번 남영동 대공분실 방문은 경찰개혁과 형사사법 개혁을 둘러싼 논쟁에 새로운 분기점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경찰 권력의 감시와 통제, 그리고 피해자 인권 보호라는 시대적 과제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민주주의 가치 회복과 경찰 책임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지속해서 검토할 예정이다.

신유리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재명대통령#남영동대공분실#경찰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