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신원지갑 국제표준”…ETRI, 글로벌 생태계 주도권 확보 노린다
디지털 신원지갑이 공공 및 금융 분야를 아우르는 인증 인프라의 새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차세대 인증 시장의 글로벌 주도권 확보를 위해 디지털 신원지갑 국제표준 개발에 착수했다고 1일 밝혔다. 비대면 사회 전환 속에 신분과 자격 증명의 방식이 빠르게 디지털화돼가며, 디지털 신분증이 스마트폰에 저장·관리되는 방식이 각국에서 도입되는 상황이다. 업계는 이번 ETRI 행보를 ‘국가 간 신원인증 경쟁의 분기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ETRI가 주도하는 디지털 신원지갑은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학생증, 신용카드 등 각종 신분정보를 디지털로 통합 관리하는 인증 플랫폼이다. ETRI는 사용자 중심 ID 관리기술, 분산 식별자(DID: Decentralized Identifier) 기술, 멀티팩터 인증 등 필수원천기술을 자체 개발했고, 관련 지식재산권도 다수 확보 중이다. 특히 DID 기술을 통해 이용자가 자신의 신원 데이터를 직접 통제하고 선택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며, 멀티팩터 인증을 활용해 얼굴·지문 등 생체정보와 스마트폰 보안칩, PIN 등 복수 요소를 결합해 보안성도 국제 수준으로 높였다. 기존 단일 인증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정보 보호와 신뢰성이 크게 향상된 것이 핵심이다.

디지털 신원지갑은 공공기관, 은행, 산업현장 등 신원확인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적용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사용자는 실물 신분증 없이도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나 인증이 가능하며, 절차적 편의와 위·변조 방지 효과가 크다.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신분증 시장이 연평균 30% 이상 고성장세를 보이며, 각국이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국제표준 주도권 경쟁에 뛰어드는 배경이다.
ETRI는 글로벌 표준 선점을 위해 국제 표준특허 개발과 공적표준화기구와의 연계기술 개발에 나섰다. 금융보안원, 오픈월렛파운데이션 등 국내외 표준화 단체·기관과 공동협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금융·공공·산업 현장에서 실증 프로젝트도 연내 본격화된다. 주요 경쟁국인 미국, 유럽은 이미 정부 차원에서 민관 협력으로 국제 통용 신원지갑 표준 프레임을 구축 중으로, 기술·정책 양면의 속도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특히 개인정보 안전성과 국가 간 상호인증 체계 확립을 둘러싼 규제 이슈도 쟁점이다.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기 위해선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인증·보호 원칙 정립이 필수로, 정부와 각국 정보보호 당국 간 협력이 요구된다.
ETRI 방승찬 원장은 “국제표준화는 단순 기술경쟁을 넘어 국가전략의 핵심”이라며 “대한민국이 디지털 신원 인증 기술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ETRI 주도의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해, 국내 관련 기업의 경쟁력까지 끌어올릴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