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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격노, 사실로 드러나”…특검, 강의구 전 부속실장·박정훈 단장 소환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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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격노, 사실로 드러나”…특검, 강의구 전 부속실장·박정훈 단장 소환 조사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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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격노설’을 둘러싼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두고 순직 해병 특검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16일,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과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잇따라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며, 수사 국면이 고조되고 있다. 관련자들의 대면조사로 향후 정국이 다시 한 번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이날 오후 2시, 강의구 전 부속실장이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회의에서 격노했다는 사실을 들은 바 있나", "초동수사 결과 관련 지시가 있었나" 등 취재진의 반복된 질문에도 그는 침묵을 유지한 채 조사실로 들어섰다. 강 전 실장은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수행하던 시절부터 가까이에서 보좌해왔다. 대통령실에 합류한 이후에도 주요 일정과 업무를 챙겼던 측근으로 꼽힌다.

특검팀은 강 전 실장이 대통령실의 채상병 사건 개입 정황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VIP 격노설’이 불거진 지난해 7월 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았으나, 회의 직후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여러 차례 통화한 정황이 확인돼 진상 규명 대상에 올랐다. 아울러, 임 전 비서관이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달했다는 의혹도 심층 조사 중이다.

 

앞서 같은 날 오후 1시, 특검 사무실을 찾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VIP 격노설은 설이 아니라 사실로 규명이 됐다”며 “진실이 모두 밝혀지는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채상병의 2주기를 앞두고 여전히 그 죽음의 원인과 책임 소재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책임이 있는 자들이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령은 변호인단과 동행해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VIP 격노설은 2023년 7월 3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외교안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채상병 사망 관련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후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이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로 질책이 전달됐고, 군 수뇌부가 기존 수사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정황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정훈 대령은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초동 조사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과실치사 혐의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격노설이 제기된 회의 이후 군 수뇌부가 사건 이첩을 보류시키면서 피의자 명단에서 임 전 사단장 등이 배제됐다. 이에 박 대령은 ‘수사외압’을 주장하며 경찰 이첩을 강행했고, 군 항명 혐의로 기소됐다. 올해 초 1심 무죄 판결을 받았고 특검 항소 취하로 무죄가 확정, 최근 해병대 수사단장 보직에 복귀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강 전 실장과 박 대령을 대상으로 VIP 격노설의 실체와 대통령실 개입 의혹, 그리고 채상병 사건 초동 수사 기록의 이첩과 회수 과정 전반에 걸친 조사를 진행했다. 수사 결과는 대통령실의 위기 대응 체계와 군 사법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은 이날 특검 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야는 ‘대통령실 책임론’과 ‘정치적 수사’ 프레임 간 대립을 보였고, 대통령실 개입 진상 규명을 둘러싼 논쟁이 더욱 확산하고 있다. 향후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국회 청문회, 법적 대응 등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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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구#박정훈#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