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특검, 호주 도피 의혹 막판 소환전”…윤석열·외교안보라인 정면 충돌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이른바 호주 도피 의혹을 둘러싸고 해병대 순직사건 특별검사팀과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해병특검은 외교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을 추가 소환하는 등 마지막 사실확인에 나서면서 정치권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5일 조구래 전 외교부 기획조정실장과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을 각각 6일, 8일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불러 조사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 모두 범인도피와 직권남용 혐의를 받으며,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당시 외교부와 대통령실 핵심 실무를 각각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실장과 장 전 실장 모두 이미 한 차례 출석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특검팀은 이들이 외교부와 국가안보실에서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및 출국 절차를 진행하며, 범죄수사 중인 피의자에게 도피를 지원한 정황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민영 특검보는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외교부 논의 내역 등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이충면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도피설은 2023년 3월, 순직 해병대원 채상병 사건에서 외압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이던 이 전 장관이 갑작스레 호주대사로 지명되면서 불거졌다. 당시 출국금지 조치가 해제된 지 이틀 만에 이 전 장관은 출국했으나,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자 11일 만에 귀국하고 3월 25일에는 대사직을 내려놨다.
특검팀은 이번 추가 소환이 "윤석열 전 대통령 소환조사를 앞두고 사실관계 점검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3일 윤 전 대통령에게 8일 피의자 신분 출석 요구서가 발송됐다. 특검팀은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전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 모두 정점에 윤 전 대통령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특검 요구에 강하게 반발했다. 전날 변호인단은 "8일 출석 이전에 여러 차례 조사 문제부터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한 차례 조사로 충분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사 거부 가능성도 내비쳤다. 특검은 이에 대해 "출석 일정을 재조정할 계획이 없으며, 오는 8일 소환 방침에는 변동이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해병특검의 '1호 기소' 대상자로 지목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에 임했다. 임 전 사단장이 구속 직전 제출한 휴대전화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이 의뢰될 예정이다. 정 특검보는 "(제출 전까지) 휴대전화에 접속이나 비밀번호 변경 이력, 미포렌식 분량 등을 포괄해 감정한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특검 수사의 향방에 따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책임론과 전직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도의적 논란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검팀은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한 보완조사를 마무리한 뒤, 내주 10일 구속기소할 방침이다. 이번 주 내 외교·안보 라인 줄소환과 윤 전 대통령 조사 결과에 따라 정국의 긴장 수위도 한층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