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규제 완화가 변곡점 지났다”…美 연준 바 이사, 트럼프식 완화 기조에 금융불안 경고
현지시각 기준 18일,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열린 아메리칸대학 공개 행사에서 마이클 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은행 규제 완화 기조가 미국 금융시스템 전반에 실질적인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공개 경고했다. 이번 문제 제기는 미국(USA) 금융감독 체계의 향배와 함께 대형 은행 자본정책, 국채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18일 오전 워싱턴DC 아메리칸대 강연에 나선 바 이사는 “은행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도록 설계된 규제와 감독 체계가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고 평가하며, 금융 규제 체계가 후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감독 약화 흐름이 이어질 경우 “누적된 부작용이 은행 부문의 심각한 손실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금융시스템 전반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 이사는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돼 왔던 은행 규제가 다시 완화되는 흐름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연준에서 금융감독을 전담하는 부의장으로 재직해 왔으나, 트럼프 진영이 금융 규제 완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뒤 곧바로 물러나며 정책 기조와의 이견을 행동으로 보여준 바 있다.
바 이사는 강연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상기시키며 당시에도 규제 약화가 위기 심화를 부른 요인 중 하나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위기 전에도 위험이 쌓이는 동안 규제와 감독은 충분히 작동하지 못했다”며, 현재의 완화 흐름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견조한 감독 유지를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신용평가 체계와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점검하는 금융감독 시스템, 그리고 전문성을 갖춘 감독 인력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바 이사는 그동안 일관되게 은행 규제 강화를 주장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떠난 뒤 연준 금융감독 부의장에는 대표적인 금융 규제 완화론자로 평가받는 미셸 보먼 연준 이사가 임명되면서, 연준 내부 규제 방향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선 자체가 금융감독 기조가 완화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것이다.
실제 연준은 지난 6월 대형 은행에 적용되는 ‘보완적 레버리지비율(SLR)’ 기준을 완화하는 은행 자본건전성 규제 변경안을 내놓았다. 이 조치는 대형 은행들이 보유해야 할 최소 자본 비율을 낮춰 운용 여력을 넓혀주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그만큼 레버리지 확대와 위험자산 운용 여지가 커지며, 대형 은행의 리스크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진영은 이러한 규제 완화를 통해 대형 은행들이 여유 자본을 활용해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채 수요가 늘어나면 국채 금리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재정 부담을 일부 경감하는 효과를 노린 구상이다. 금융 규제 정책이 국채시장과 재정 운용 전략과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라는 점에서, 정책 방향에 대한 논쟁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정보 매체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1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연준이 대형 은행 자본건전성 규제 변경안의 최종안을 이미 백악관에 제출했으며 현재 백악관 검토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규제 변경 최종안이 백악관 승인을 거쳐 시행 단계로 진입할 경우, 미국 금융당국의 완화 기조가 공식화되는 셈이라 국제 금융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바 이사의 이번 공개 발언으로 연준 내부에서 과도한 규제 완화에 대한 경계 목소리가 다시 부각되는 양상이다. 미국(USA)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움직임은 글로벌 은행 규제 표준에도 영향을 미쳐 왔다는 점에서, 유럽(EU)과 아시아 주요국 감독당국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각국 금융당국이 미국의 완화 기조를 그대로 따라갈 경우, 세계 금융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위험 노출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블룸버그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은 바 이사의 발언을 인용하며 “연준 내부에서 규제 완화를 둘러싼 균열이 드러났다”, “2008년 위기 교훈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정책에 반영되는 국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대형 은행들이 SLR 완화로 단기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는 반면, 규제 리스크가 다시 커질 수 있는 불확실성도 동시에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미국 금융규제 방향과 관련해 정치 일정, 백악관 검토 결과, 연준 내부 논의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 규제 강화론자들은 은행 자본 규제가 느슨해질 경우 경기 호황기에는 수익을 키우지만, 위기 시점에는 공적자금 투입과 실물경제 충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반대로 규제 완화론자들은 현재 규제 수준이 경제 성장과 금융 혁신을 제약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은행의 대출 여력을 확대해 실물경제 지지 효과를 노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 이사의 경고성 메시지가 어떤 정책 수정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금융감독 책임을 맡았던 전직 연준 고위 인사가 공개적으로 트럼프식 규제 완화에 우려를 표명한 만큼, 향후 미국 금융규제 정책과 국채시장, 대형 은행의 자본 운용 전략을 둘러싼 논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이번 완화 정책의 실제 이행 수준과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