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중견수 데뷔 수비쇼”…한승현, 롯데 기회 잡고→삼성전 승리 견인
차분한 표정으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신인 한승현은 결연한 눈빛을 보였다. 갑작스러운 교체 출전임에도 흔들림은 없었다. 그가 날렵하게 따라간 7회 안타성 타구,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2개의 아웃카운트가 흐름을 바꿨다.
프로야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선발 알렉 감보아가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고, 정훈의 쐐기포로 롯데가 3-1 승리를 챙겼다.

경기 초반 롯데는 선발 1번 중견수 김동혁으로 소박하게 시작했다. 하지만 4회에 유강남으로 교체 투입되면서 한승현이 5회부터 중견수로 나섰다. 롯데 외야진은 시즌 내내 주전들의 잇단 이탈이 이어졌고, 이날 역시 불가피한 변화를 택했다.
한승현은 비가 내리는 7회 무사 1루 위기에서 김지찬의 깊은 타구를 강하게 파고들어 포구에 성공했다. 이때 삼성 1루 주자 류지혁이 미끄러지며 2루에서 아웃, 롯데는 한 번에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냈다. 이는 박병호의 홈런 이후 분위기가 달아올랐던 삼성의 흐름을 끊는 결정적 플레이였다.
8회에는 르윈 디아즈가 날린 불규칙 타구마저 집중력 있게 처리했다. 이날 타석에서는 1타수 무안타로 데뷔 첫 안타는 다음을 기약했으나, 첫 프로 중견수 출전에서 수비 영향력은 분명했다.
황성빈, 장두성, 김동혁 등 올 시즌 롯데 주전 중견수 자리가 부상으로 교체를 거듭했음에도 4번째 카드 한승현이 수비에서 마트료시카처럼 끝없이 이어졌다. 탄탄한 선수층이 장기 레이스의 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후 “신경 쓰지 않고 평소 하던 대로 하려 했다. 팀 승리에 보탬이 돼 기쁘다”는 한승현의 소감이 전해졌다. 곳곳의 관중석에서는 신인 선수를 향한 격려의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롯데는 이번 주말 kt wiz와 원정 3연전을 앞두고 있다. 롯데는 시즌 중반 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외야진의 두터움으로 상위권 추격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부산의 흐린 밤, 젊은 선수의 눈빛에서 새로운 바람이 시작된다. 단단히 뭉친 롯데의 힘, 그 뿌리에는 이름 없이 지켜낸 순간들이 더해지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다음 경기는 이번 주말 예정된 원정 3연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