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방송 출연한 가짜 전문가”…방송 악용한 토지 사기극 드러나
경제방송을 통해 부동산 전문가로 출연한 인물이 실제로는 관련 지식이 없는 ‘가짜 전문가’로 드러나며 부동산 사기 피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방송을 악용해 다수 피해자를 유인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31일 기획부동산 업체 대표 A씨 등 3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A씨와의 협찬 계약을 통해 개인정보를 유출한 방송 외주 제작업체 대표 B씨 등 3명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수사 중이다.

조사 결과 A씨 일당은 외주 제작업체와의 협찬 계약을 맺고, 직원 한 명을 경제 방송 6곳에 ‘부동산 전문가’로 출연시켰다. 이 인물은 전문 지식이 전혀 없는 직원이었으나, 방송에는 사전 준비된 대본만을 읽으며 전문가인 것처럼 포장됐다. 특히 방송을 통해 세종시 일대 보전산지 토지를 ‘개발 예정지’로 허위 홍보해 시청자를 상대로 사기 매매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 중 걸려온 상담 전화는 외주업체를 통해 모두 A씨 측으로 이관됐고, A씨 일당은 2021년 4월부터 2023년 8월까지 42명에게 약 22억원 상당의 세종시 토지를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1평(3.3㎡)당 1만7천원인 땅을 93만원에 판매해 53배 폭리를 취한 사례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방송 출연으로 신뢰를 쌓아 피해자를 유인했다”며 “부동산 거래 시 반드시 현지 공인중개사와 상담하고, 토지이용확인원과 부동산등기부등본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방송 출연 전문가의 신뢰가 손쉽게 범죄에 악용된 점과 함께 방송사 외주 제작업체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이중으로 드러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더욱 엄격한 방송 검증과 개인정보 관리 강화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 규모와 추가 연루자 유무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어, 관련 제도 개선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