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경기 연속 홈런쇼”…에런 저지, 동점포 폭발→MLB 홈런 선두 경쟁 불붙다
마운드 위의 침묵을 가르고, 에런 저지의 묵직한 방망이가 승부의 긴장을 한순간에 뒤흔들었다. 9회 초, 모든 기대가 저지의 스윙 끝에 걸린 채, 뜨거운 환호와 절망이 교차하는 펜웨이 파크. 저지의 한 방은 기적처럼 관중을 일으켰고, 패색이 짙었던 뉴욕 양키스에 유일한 구원의 희망을 선사했다.
저지는 14일 미국 보스턴 펜웨이 파크에서 치러진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방문 경기에 3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이날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올리며, 팀 타선의 중심축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초반부터 양팀은 치열한 무득점 승부로 흐름이 이어졌다. 상대 견고한 투수진에 막힌 양키스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고, 응집된 집중력으로 맞선 보스턴 역시 한 치의 양보 없는 투수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9회초, 점수차가 유지된 상황에서 저지는 개릿 크로셰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강속구를 잡아내 좌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26호 홈런이었던 이 한 방으로, 저지는 시애틀 칼 롤리와 함께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홈런 공동 선두로 우뚝 섰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 터진 5개의 홈런, 그중 선발출장 4경기 연속포라는 기록은 저지의 클러치 본능이 다시 살아났음을 알렸다. 단순히 힘만 앞세운 것이 아니라, 상황을 바꾸는 결단력과 흐름을 읽는 감각이 젊은 팬부터 베테랑에게까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편, 홈런 외에도 아메리칸리그 타율 1위(0.390), 타점 1위(60점), 득점 1위(65점), 최다 안타 1위(99개), 출루율과 장타율, OPS까지 모두 정상에 올라 있다.
경기 후 저지는 "매일 최고의 경기를 펼치고 싶으며, 동료들과 더 큰 승리를 나누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뉴욕 양키스 팬들은 SNS를 통해 저지의 활약에 연이어 열광하며, 동점포가 가진 상징적인 의미를 함께 되새겼다.
그러나 이날 뉴욕 양키스는 연장 10회말, 보스턴의 카를로스 나르바르스에게 끝내기 적시타를 허용해 1-2로 아쉽게 패했다. 승부의 치열함 속에서도 저지의 동점 홈런은 조용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겼다. 양키스는 오는 15일, 다시 보스턴과의 원정 2연전을 앞두고 저지의 방망이에 기대를 걸고 있다.
승부 너머로 밀려드는 감정, 공 하나에 울고 웃는 밤이었다. 새로운 기록의 문턱, 승자와 패자가 뒤섞인 여운. 펜웨이의 깊은 밤을 지나는 저지의 발걸음에는, 야구라는 게임이 안기는 고요한 울림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