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3번홀 실수”…최진호, 연장 승부 끝 3위→노리스 값진 우승 허용
아침을 머금은 안개 사이, 경기장엔 숨죽인 긴장감이 깃돌았다.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를 달리던 최진호가 마지막까지 혼신을 다해 퍼트에 집중할 때, 갤러리의 시선은 그린 위에서 떨리는 손끝에 머물렀다. 파3 15번 홀, 흔들린 퍼팅이 가져온 작은 실수와 함께 위태로웠던 흐름이 어지러이 감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테랑 골퍼의 차분한 숨 고르기와 마지막 홀에서의 집념은 진한 박수로 이어졌다.
2024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최종 라운드는 15일 경기도 안산 더헤븐 컨트리클럽에서 치러졌다. KPGA와 JGTO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대회에는 국내외 정상급 선수들이 총상금 13억 원을 두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최진호는 최종 라운드에서 1언더파 71타,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3위를 기록하며,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로 대회를 마쳤다. 반면, 숀 노리스는 일본의 사카모토 유스케와의 연장 접전 끝에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경기 흐름은 강렬했다. 전반에서는 4번·6번 홀 연속 버디로 격차를 벌려 단독 선두를 굳히는 듯 보였으나, 막판 15번·16번 홀에서 연속 보기가 흐름을 가로막았다. 그 틈을 타 노리스와 사카모토가 거세게 추격했고, 최진호는 17번 홀 파 퍼트, 18번 홀 버디로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 연장전 진출에는 실패했다.
경기 후 최진호는 “마지막까지 집중했지만, 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며 “그래도 시즌 최고 성적으로 자신감을 찾았다”고 밝혔다. 노리스는 “접전 끝에 우승하게 돼 감격스럽다. 한국 팬들의 열정이 큰 힘이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현장에는 끝없는 박수와 환호가 오래도록 퍼졌다.
최진호는 2022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우승에 도전했다. 어느덧 41세에 접어든 베테랑의 집념과 도전은 팬들에게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다. 반면 노리스는 JGTO 통산 8번째 우승,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외국인 2년 연속 정상 등극이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순위 변동과 다음 투어 일정에도 시선이 쏠린다. 최진호는 이번 대회 성과로 시즌 TOP 3에 들며 이른 여름 녹음 속 새로운 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홀의 아쉬움은 잔향으로 남지만, 그가 그린 위에서 보여준 침착함은 또 한 번 팬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2024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의 기록과 여운은 오는 해 남은 대회들을 더욱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