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예산 vs 필수조치"…양대노총 110억 지원 두고 여야 정면충돌
양대노총 지원 예산을 둘러싸고 여야가 다시 격돌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가 내년도 고용노동부 예산안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에 각각 55억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포함시키면서, 예산의 성격과 배경을 둘러싼 공방이 장외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8일 각각 논평을 내고, 양대노총 시설 지원 사업이 대가성 쪽지 예산인지, 공공 서비스 인프라를 위한 필수 예산인지 두고 정면으로 맞섰다. 전날 환노위 회의에서 예산안은 별도 표결 없이 합의 처리됐지만, 정치적 책임 공방은 오히려 커지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해당 지원은 특혜가 아니라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의 노후 설비 개선과 안전 확보를 위한 필수 조치"라며 "대가성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사실을 왜곡한 정치 공세"라고 말했다. 그는 예산의 성격을 노동자와 시민을 위한 인프라 보완 조치라고 규정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양대 노총 공간은 노동 서비스 인프라로, 안전 문제와 높은 임대료 부담 등이 오래된 문제였다"며 "이에 대한 지원을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것은 전임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적대 철학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전 대통령 시기 노동정책 기조를 소환하며 여권의 문제 제기가 이와 같은 연장선에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예산 편성을 대선 정치와 연결하며 강하게 공격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예산은 전형적인 쪽지 예산"이라며 "민주당이 민주노총에 지고 있는 정치적 빚,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긴밀한 원팀 플레이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대선 때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한 노동단체를 겨냥해 대가성 예산이라는 프레임을 부각한 셈이다.
같은 당 이충형 대변인도 "대한민국은 귀족 노조의 왕국이 돼 가고 있다"고 규정하며 "불공정한 쪽지 예산으로 정권의 이익에 기여한 단체에 수십억 원씩을 안겨주는 행태는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양대노총이 정권과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진 정치 세력에 가깝다며, 예산 심사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 없이 지원 항목이 반영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이 된 예산은 전날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의결된 2026년도 고용노동부 소관 예산안에 포함돼 있다. 환노위는 민주노총에 대해 본관 사무실 임차보증금 전환 비용 55억원을, 한국노총에 대해 노총 중앙근로자복지센터 승강기 교체 비용 등 55억원을 각각 지원하는 내용의 예산을 담았다. 시설 개선과 임차 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집행 과정의 투명성 확보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환노위 회의장에서는 국민의힘이 "대가성 지원 사업"이라고 지적하며 노총 지원의 필요성과 대상, 우선순위를 따져 묻는 등 공방을 벌였지만, 예산안 자체는 표결 절차를 밟지 않고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여야가 심사 과정에서 이견을 노출하면서도 예산 자체를 막지는 않은 셈이라, 정치권 안팎에서는 향후 책임 공방과 여론을 의식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도 뒤따랐다.
해당 예산안은 이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 수순을 밟게 된다. 예결위 논의 과정에서 여야가 다시 쟁점을 부각할 경우, 노동계와의 관계 설정을 둘러싼 정국 공방이 한층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회는 노동부 소관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추가 조정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며, 정치권은 양대노총 지원 예산을 둘러싸고 당분간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