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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대전 본격화”…화이자, 멧세라 10조원 인수로 시장 재편
IT/바이오

“비만약 대전 본격화”…화이자, 멧세라 10조원 인수로 시장 재편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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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 개발이 새로운 블록버스터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전략적 제휴와 인수합병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 제약기업 화이자가 대사질환 치료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 멧세라를 최대 10조원에 인수키로 하면서, 비만 치료제 산업의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업계는 이번 거래를 ‘차세대 비만약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화이자는 지난 22일 멧세라의 보통주 전체를 주당 47.50달러에 인수하기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세 가지 임상·상업화 마일스톤 달성에 따라 주당 최대 22.50달러를 추가 지급하는 조건부가치권도 포함, 총 거래 규모는 73억 달러(약 10조1800억원)에 달한다. 올해 4분기 거래 완료가 유력하다. 이번 인수를 통해 화이자는 경구용·주사형 인크레틴(GLP-1 등) 계열 파이프라인, 비인크레틴 기반 및 병용치료제 후보 등 멧세라의 핵심 자산을 통째로 손에 넣는다.

멧세라의 주요 경쟁력은 주 1회 혹은 월 1회 투여하는 주사형 GLP-1 수용체 작용제(‘MET-097i’), 월 1회 아밀린 유사체 후보물질인 ‘MET-233i’, 그리고 곧 임상 진입을 앞둔 두 가지 경구용 GLP-1 후보에 있다. 기존 주 1회 혹은 매일 복용해야 하는 치료제보다 생활상 편의성이 높고 효능·내약성 모두에서 개선을 추구한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전임상 단계의 영양소 자극 호르몬 치료제 등도 포트폴리오에 포함된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치료제는 인슐린 분비 촉진, 식욕 억제 효과 등 대사질환 치료에 핵심이 되는 작용 기전을 바탕으로 최근 비만·당뇨 등 영역에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중이다. 멧세라는 기존의 위장관 부작용 등 한계를 완화하는 저용량·고효능 신물질 개발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술적 차별성을 보인다는 평가다.

 

이번 인수는 화이자가 올해 초 자체 개발하던 먹는 GLP-1 신약 ‘다누글리프론’의 임상시험을 중단한 직후 단행돼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해당 후보약물은 환자 간 손상 부작용 이슈로 개발이 중단됐기에, 화이자가 멧세라 인수를 통해 피봇 전략에 나선 것으로 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덴마크 노보노디스크, 미국 일라이릴리 등이 이미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화이자가 강력한 포트폴리오로 뒤늦게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주요 비만 치료제는 각국에서 승인 심사 및 보험 급여 확장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유럽 각국은 GLP-1 계열의 의학적 효과와 비용효과성, 장기 안전성 등을 기준으로 신약 도입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이번 딜에서 활용된 조건부가치권(CVR) 구조는 임상·승인 리스크를 분산시키면서도, 기술 실패 부담은 낮추고 향후 투자수익은 확대할 수 있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화이자는 후발주자지만 차별화된 경구약·월 1회 주사제 등 멧세라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며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리더십을 노리고 있다”며 “최근 화이자 주가 부진과 특허 만료에 대응하는 전략적 M&A 성격이 크며, CVR 활용으로 투자진입 리스크도 최소화했다”고 분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인수 건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면밀히 관전 중이다.

이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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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멧세라#gl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