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달인 994회, 땀으로 데운 밀면”…서울·시흥 장인→여름 미각에 깃든 사연
서울 이문동의 한 밀면집, 그리고 경기도 시흥에서 퍼져 나온 국수 국물의 향기가 여름밤을 달궜다. 방송 ‘생활의 달인’ 994회는 밀면 한 그릇에 스며든 삶의 땀과 장인정신을 쫓으며, 먼 새벽 이른 시간부터 불 앞에 선 여성의 시간을 세밀히 좇았다. 부산에서 옮겨온 레시피, 세 번에 걸친 육수 작업, 빵집에서 이어진 반죽 손맛까지, 그녀의 손끝에서 한 젓가락의 깊은 풍경이 완성됐다. 반복되는 노동과 정성, 그 과정을 뚫고 나온 밀면의 세계는 단순한 맛을 넘어 지난 시간을 불러오는 여정이 된다.
경기도 시흥의 또 다른 밀면 장인은 오랜 세월을 거친 국숫집 경력으로 눈길을 모았다. 한 방울의 조미료도 허락하지 않은 채, 경상도의 손맛을 오롯이 이어가며 땀과 손끝의 감각만을 의지했다. 직접 담가낸 섞박지, 정교하게 썬 고명, 그리고 손님마다 다른 여름의 표정. 각자의 방식으로 완성된 두 그릇의 밀면은 사뭇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인생의 결을 보여줬다.

이번 주 ‘생활의 달인’은 국경을 넘어 중국 하남성의 신기한 현장도 조명했다. SNS에서 익숙해진 쿵푸 족타 마사지 달인은 봉 위에서 두 팔로 매달려 오롯이 발끝으로만 전신의 피로를 꾹꾹 밟아냈다. 적절한 무게 분배, 리듬을 타는 동작 속에서 손님들은 새로운 경지를 경험했다며 특별함을 고백했다. 한편, 평택의 한 피시방에서는 호텔 셰프 출신 이준형이 70여 종의 메인 요리를 직접 선보이며 까다로운 게이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았다. 정성스러운 리소토와 파스타, 단 한 끼의 소중함을 위해 흐트러진 집중력, 거리마다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또한, 패션 브랜드 마지막을 함께했던 막내 직원 4명의 뚝심 역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무실을 지키며 스스로 0원 마케팅을 펼치고, 오프라인에서는 팝업스토어로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그들의 도전과 열정은 퇴장 직전 더욱 아름다웠다.
마지막으로 11년째 한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김대연 달인은 네 개의 팬을 돌리며 음악과 요리의 경계를 허물었다. 25개가 넘는 칼을 유려하게 휘두르며 양파와 자몽을 손질하고, 불꽃 위에서 펼쳐내는 리듬은 주방을 즉석 공연장으로 만들었다. 늘 “즐겁게 일하자”는 그의 모토처럼, 이곳에서는 노동과 예술의 경계가 흐려졌다.
뜨거운 계절에 누군가는 한 그릇 밀면, 누군가는 발끝의 응원, 누군가는 두 손이 완성한 음식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생활의 달인’ 994회는 8월 4일 월요일 밤, 온전히 자신의 자리에서 계절을 빚어낸 달인들의 열정과 기록을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