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약품 15% 관세 부과”…셀트리온, 미국 생산기지 확보 나선다
미국이 유럽산 의약품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비용 구조와 공급망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바이오 기업들은 미국시장 내 생산기지 확보 등 직접적인 대응에 나섰다. 업계는 이번 관세 정책을 ‘환자 부담 전가’와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유럽과의 무역협상을 통해 유럽산 의약품에 종전보다 15% 높은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한국바이오협회와 해외 외신에 따르면 이 조치는 글로벌 의약 산업에 약 190억 달러, 한화로 26조2500억 원 상당의 비용 부담을 추가할 전망이다. 기존에 관세가 면제됐던 의약품 중 일부 제네릭(복제약)은 예외 적용을 받을 수 있지만, 다수 선진국 기업에는 부담이 불가피하다.

관세 부과는 제약사들의 수익률 문제로 직결돼, 약값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글로벌 제약기업이 비용 전가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기업 내부 비용 흡수에 따라 연구개발(R&D) 투자와 신약 개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최근의 분석에 따르면 관세 비용 중 130~190억 달러가 직접 업계 부담으로 남게 되고, 이중 상당 부분이 보험료 인상이나 환자 본인 부담금 증가 등 소비자에게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은 공보험과 사보험 체계가 병행되는 구조로, 보험사와 제약사 간 중간조직(PBM) 등이 약가 협상을 주도한다. 이에 따라 민간 보험 가입자의 실제 부담률이 높아질 수 있으며, 보장 범위를 둘러싼 논쟁도 확산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관세 정책이 지속된다면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은 미국 시장 내 매출 감소와 함께 R&D 축소, 의약품 공급 차질까지 맞닥뜨릴 수 있다.
경쟁 구도 역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같은 품목의 경우 관세로 인해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갖춘 현지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질 전망이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장은 “빅파마들은 관세 부담을 이유로 매출 전망치 하향 조정을 내놓고 있으며 R&D 투자도 줄일 수밖에 없다”며 “관세로 인해 해외 업체는 사업을 접거나 공급 축소까지 내몰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일부 글로벌 제약사는 미국 내 공급량 조정이나 생산 재설계 등 대응책 검토에 나섰다.
한국 기업의 대응도 빨라졌다.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은 최근 미국 현지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인수를 추진 중이다. 미국 관세 리스크 대응과 공급망 현지화를 통한 비용 절감, 시장 방어를 목표로 한다. 셀트리온그룹 서정진 회장은 최근 온라인 간담회에서 “관세 부과는 약값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겠지만, 조기 리스크 헤지에 성공한 기업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슈, 사노피 등 글로벌 기업도 미국 내 재고 확대와 현지 생산시설 재배치 등 방안을 본격 추진 중이다.
업계는 이번 미국 의약품 관세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환자 부담과 시장 가격상승,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개편을 유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 부담이 의료기술 혁신의 제동 요인이 되지 않도록 정책적 균형과 기업의 신속한 현지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조치가 실제 시장에 어떤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