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1.3%·엔비디아 2% 하락…미국증시, 중동 긴장에 일제 조정
융단폭격처럼 찾아온 중동 긴장 고조가 뉴욕증시를 짓눌렀다. 6월 13일 미국 동부시각,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불안을 들불처럼 번지게 하며, 투자자들은 거래 내내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전장 대비 다우지수는 1.79% 하락했고, S&P500도 1.13% 내렸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1.30% 빠지며, 최근의 상승 곡선 위에 거센 바람이 불었다.
특히 반도체와 빅테크 등 기술 섹터의 고점 부담감이 무겁게 드리웠다. 엔비디아는 2.09%,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2.61%로 급락 흐름을 그렸고, 브로드컴, AMD, TSMC, 퀄컴 등 반도체 대장주는 물론 애플 1.38%, 마이크로소프트 0.82%, 메타 1.51% 등 빅테크도 하락에 동참했다. 국내 투자자 역시 이와 같은 시장 불안에 영향을 받았다. 특히 엔비디아는 서학개미 보관금액이 17조 4,199억원으로 전일 대비 2,439억원 증가했으나 주가는 되레 낙폭을 키웠다. 기술적 매수세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유일하게 테슬라만은 1.96% 올라 325.35달러를 기록하며 혼조 속의 호흡을 이었다.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에 대한 선호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반영한다. 29조 4,961억원에 달하는 테슬라 보관금액은 하루새 5,883억원이 줄었지만 견고한 상승세를 지켰다. 투자심리가 벼랑 끝에서 테슬라만을 유일한 버팀목으로 내세운 셈이다.
시장 변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솟았다. VIX지수는 15% 넘어 20.84를 가리키며, 투자자들의 불안이 한데 모여 단기 충격으로 드러났음을 보여준다. 한편, 중동에서 요동친 원유 불안은 7월 인도분 WTI유가가 7% 이상 폭등하는 파동으로 이어졌다.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가 가격으로 곧장 반영된 것이다.
이같은 긴장 국면에서 방산과 에너지주는 득을 봤다. 록히드마틴은 3.66%, RTX와 노스롭그루만 역시 3%가량 상승해, 군수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됐다. 에너지주도 강세였다. 엑손모빌과 셰브런이 각각 2% 내외 오르며 국제유가 급등의 반사이익을 누렸다.
ETF 상품들은 고스란히 타격을 입었다. 대표 기술주 ETF인 QQQ는 3.88%, 울트라프로 QQQ는 2.56% 하락했고, 반도체 레버리지 ETF 역시 7.63% 급락했다. 변동성의 물결이 ETF 전반에 밀어닥쳤다. 한편, 오라클은 클라우드와 AI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7.69% 급등해, 주간 기준 14.41% 오르며 2001년 이후 최강 상승률을 기록했다.
환율도 날갯짓을 했다.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11.4원 치솟아 1,367.8원을 기록했다. 국제정치적 불안에 안전자산 선호가 확연하게 드러난 결과로, 외환시장의 민감도가 한층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지표상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60.5로 예상을 크게 상회했다. 그러나 시장은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경계가 더 거세진 분위기였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7월 금리 동결 확률은 77.9%까지 치솟았고, 연준의 신중 태도는 한층 강화될 조짐을 드러냈다.
이처럼 투자심리는 하루아침에 식어들었다. 미국 상위 50종목 국내 보관금액은 전일보다 3,163억원 감소하며, 테슬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을 중심으로 투자심리 위축 신호가 도드라졌다.
중동발 충격파에 흔들리는 글로벌 자본시장은 불확실성의 시간으로 접어들었다. 투자자와 기업, 소비자 모두 위험 대응과 변동성 관리가 절실해진 시점이다. 불안은 때때로 기회로 이어지는 만큼, 변곡점 위의 자본시장 흐름에 한층 섬세한 대비가 필요해졌다. 곧 다가올 주요 경기지표와 추가 정책 발표에도 시선이 더욱 쏠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