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500억달러 투자 마무리 수순”…김용범·김정관, 美 고위급 협상 분수령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비중과 직접 출자 방식 문제를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이 다시 한번 양보 없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대통령실과 산업통상자원부가 15일 밝힌 바에 따르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의 고위급 회동을 갖는다.
이른 시일 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만남이 조율되는 가운데, 이번 각료급 만남은 실질적 투자합의와 관세 조정 등 핵심 쟁점의 마지막 절차가 될 수 있어 양국 모두 절충점 모색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김정관 장관은 앞서 9월 11일과 10월 4일, 각각 러트닉 장관과 뉴욕에서 연쇄 협상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한미 무제한 통화스와프 도입과 한국의 부담 능력 보장을 위해 현금 투자 규모를 제한하는 ‘안전판’을 미국 측에 제안한 바 있다. 최근 협상에서는 러트닉 장관이 한국의 외환시장 불안에 일정 부분 이해를 표하며 미국 입장에 다소 변화가 감지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 역시 지난 13일 국회 발언에서 “미국이 새로운 대안을 들고 나와 한국도 검토 중”임을 확인, 추가 타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7월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이 미국의 관세율 인하와 맞물려 한국의 대미 3천500억달러 투자 합의로 이어졌지만, 직접 투자(Equity) 규모 등 구체 이행 방안을 두고 여전히 이견이 팽팽하다고 분석한다. 정부는 미국이 일본과 맺은 투자백지수표식 요구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경제에 과도한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투자 출자 방식을 분산하고, 상업적 합리성 확보 및 투자처 선정에의 관여권을 최대한 보장받으려 하고 있다.
한미 당국의 막판 기싸움에 대해 전문가들은 장기화된 미중 갈등과 최근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움직임, 그리고 한국 조선업에 내려진 미국 제재 등 국제 공급망 불안이 오히려 한미 협력 필요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5일 CNBC 인터뷰에서 “한국과 마무리 중이며,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라 언급해 타결 기대감도 불러일으켰다.
협상 담당자들은 미국 측이 한국에 과도한 현금 투자를 요구할 경우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이라며 우려를 전했고, 미국 또한 자국 산업의 공급망 강화와 동맹의 공조를 위해 융통성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실적으로는 한국이 요구해온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권한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있기에, 직접 실현 가능성보다는 협상력 제고를 위한 카드임을 시사하는 해석도 부상했다.
아울러 이번 회담이 한미 협상의 물꼬를 트거든 우라늄 농축 등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 논의까지 연계될 수 있다. 대미 투자 비용과 관련한 국내 여론도 미국이 협상에서 일정 부분 양보할 시 한층 유연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함께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G20 재무장관회의 등을 계기로 협상 측면 지원에 나서며 범정부적 대응전략도 전개되고 있다.
정치권과 외교가에선 이번 김용범 정책실장 합류, APEC 정상회담 일정 등 모든 변수가 이달 말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정점을 향해 수렴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현실적 투자 부담의 안전판 확보와 투자처 선정을 둘러싼 미국과 논의를 심화하겠다”며,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다 구체적 합의문 도출을 위해 협상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