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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 투자 확대냐 운용 독립성이냐”…국민연금 국감서 여야 격돌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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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의 국내 주식 투자 확대를 두고 여야 간 충돌이 뜨거워졌다. 24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부에서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연기금의 투자 방향과 운용의 독립성을 놓고 정면으로 맞섰다. 최근 기금운용 수익률과 정부 개입 논란이 맞물리면서, 연금운용의 공공성과 효율성이 다시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은 "국내 주식시장이 올해 세계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높여야 수익률과 재정 안정성을 함께 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백혜련 의원 역시 "미래 매각 가능성 우려로 현재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것은 오히려 단기 상승의 이익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국내 자산 투자 확충을 촉구했다. 박희승 의원도 "해외 자산 비중이 올라갈수록 환차익 실현 후 결국 해외 투자 비중이 또 늘어난다"며 국내 투자율 재조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국내 주식의 최근 3년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4.64%로, 해외 주식의 15% 대비 크게 떨어진다"며 "예측 불가능한 시장에서 전문성과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맞섰다. 그는 "대통령이 '더 사라'라고 하면 따라야 하냐"고 질의하며 정부 개입 우려도 비쳤다. 안상훈 의원은 "연기금이 지나치게 국내에 투자하면 거시경제가 왜곡될 위험이 있고, 기금 고갈 시 주식 매각으로 인한 시장 충격도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재정 지속 가능성엔 관심이 없고, 국민 자산을 마음대로 조정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내 기업 지배구조 개선, 경제 성장률 전망 등 다양한 요인과 13%로 인상된 보험료율로 달라진 기금 고갈 시기,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 세계경제 상황을 모두 살펴 종합적으로 비중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내년에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중기 재정계획을 논의할 때 전체 국내 주식 비중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정감사에선 국민연금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투자한 뒤 대규모 손실 우려가 불거진 점도 쟁점이 됐다. 국민연금은 2015년 MBK의 홈플러스 인수 당시 6천121억원을 투자했으나, 지난 3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며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졌다. 김 이사장은 "받아야 할 돈이 약 9천억원에 이르나 현재로선 상환이 불확실하다"며 "투자 과정에서 손실 발생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앞으로 운용사 선정과정의 엄격한 기준 적용과 재발 방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대상에 사모펀드는 제외돼 있다는 지적에 "보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KT 경영진 인선에 연금공단이 개입했다는 여당 의혹엔 "대표 연임을 반대한 적 없다"며 "당시 후보 결정 과정이 경선원칙을 지켰는지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원주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도 "비공개 절차 진행이 많아 투명·공정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여야는 현행 국민연금의 운용 구조와 정부 개입 문제를 놓고 강도 높은 공방을 이어갔다. 이날 국회는 국내외 투자 비중과 기금 운용의 독립성 문제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으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내년 재정계획을 토대로 투자 비중 조정 논의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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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김태현이사장#국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