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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마을 닮은 거리, 숲길 따라 걷는 치유”…동두천,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흐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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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마을 닮은 거리, 숲길 따라 걷는 치유”…동두천, 일상과 여행의 경계가 흐려지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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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 휴식처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에는 ‘힐링 여행’이나 ‘체험’이 별도의 이벤트였지만, 요즘은 평범한 일상 안에 소소한 여행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바쁜 삶에서 벗어나 나만의 리듬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징후가 담겨 있다.

 

경기도 북부의 동두천시는 최근 ‘슬로 트립’ 명소로 주목받는다. 이국적인 일본풍 거리로 불리는 ‘니지모리스튜디오’엔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사람들부터, 영화 같은 골목에서 이색 사진을 남기는 청년들까지 다양한 모습이 포착된다. SNS 인증 열풍 덕분에 ‘꼭 한 번쯤 가봐야 할 곳’으로 입소문이 난 곳. “잠시 서울 근교를 벗어나 일본 작은 마을을 거니는 기분이었다”는 방문객의 후기도 공감을 모은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소요산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소요산

여름의 무더위도 동두천의 이색 테마파크에선 색다른 추억의 배경이 된다. ‘놀자숲 테마파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숲 체험 시설로, 대형 풀장과 워터바운스가 인기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거나 숲속 산책길을 걷는 가족단위 방문객이 증가하는 추세다. 동두천 자연휴양림과 유아숲 체험장은 도시에서 벗어난 이들에게 잊고 지냈던 느긋함을 돌려준다. “숲향기 맡으며 걷는 것만으로도 일상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이용 후기가 이어진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관광객 중 ‘근거리 지역 소도시 체험 여행’을 선호하는 비율이 해마다 꾸준히 증가 중이다. 소요산 자연환경을 품은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 역시 ‘자연과 공존’을 직접 느끼는 예술체험과 탐방활동으로, 주말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 속에서 감각을 깨우고, 자녀와 함께 환경의 소중함을 체험하려는 트렌드가 강해졌다는 설명이다.

 

여행칼럼니스트 김진영은 “최근에는 ‘몰입하는 쉼’이 라이프스타일이 됐다”며 “동두천처럼 테마와 생태, 문화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소도시가 심리적 거리감 해소에 큰 역할을 한다”고 진단했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되는 데이트 코스”, “아이와 함께 교실 밖 자연을 즐기기에 제격”이라는 체험담이 많다. SNS에는 기모노 차림의 한 컷, 숲길 사이로 땀에 젖은 웃음, 아이들이 분수를 뛰노는 모습이 소소한 일상 자랑처럼 공유된다. 그러다 보니 평소 숨 가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동두천은 ‘흔들리던 삶의 균형을 다시 잡을 곳’으로 각인된다.

 

어쩌면 동두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우리 일상 안에 ‘여행처럼 살아보기’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모습일지도 모른다. 감각을 열고, 새로운 취향과 풍경을 발견하는 순간 속에서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는 연습.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신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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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니지모리스튜디오#놀자숲테마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