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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까지 정조준”…이란·중동 전역 군사 충돌 확산→핵협상 붕괴 위기
국제

“이스라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까지 정조준”…이란·중동 전역 군사 충돌 확산→핵협상 붕괴 위기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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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한낮은 여전히 타오르는 열기로 가득하다.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군의 드론이 이란 남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의 고요를 뚫고 불길을 피워 올리며, 이 지역의 공기는 전보다 더욱 묵직한 긴장감으로 가라앉았다. 넉넉지 않은 평화마저 흔들리고 있다. 천연가스의 연기가 하늘을 가르고, 양국 군사력의 거침없는 눈빛이 서로를 겨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은 이틀에 걸쳐 단행됐다. 단순한 경고를 넘어 이란의 군사시설과 더불어, 경제 생태계 핵심부인 에너지 산업까지 무참히 관통했다는 점이 이 사태의 중대성을 증폭시킨다. 남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의 정제시설이 현지시각 14일 새벽 드론 공격을 받았고, 곧장 불길이 피어올랐다. 이로 인해 천연가스 생산이 일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이란 내수경제의 혈류마저 멈출 위기에 놓였다. 타스님 통신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이래 처음으로 외세가 이란 정유시설을 노린 ‘정면 공격’이라 서술하며, 그 역사성을 강조했다.

이란 남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란 남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스라엘군은 총 150여 곳에 이르는 이란 내 미사일 저장고, 발사대, 군사거점에 가공할 폭격을 퍼부었다고 자신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스파한 핵시설 일부가 손상되었으나, 방사능 유출 등 2차 재앙은 감지되지 않는다고 밝혀 치명적 재난의 실마리는 일단 끊긴 모양새다. 그러나, 공격의 충격파는 이미 중동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이 치밀하게 수년 간 준비된 것임을 내세웠고, 실제로 모사드의 이란 무기망 무력화 시도도 전해졌다. 지난 이틀 간 78명의 고위 장성·핵과학자를 사살했다는 주장이 흘러나오며, 군사적 강경책이 도를 넘어섰음을 드러낸다. 이란 또한 즉각 반격에 나섰다. 13일부터 14일 새벽까지 수백 발의 탄도미사일과 드론이 이스라엘로 쏟아졌고, 텔아비브 군사 기지에서 170명 이상의 사상자가 보고됐다. 샤히드 참란 마을의 14층짜리 주거용 건물 붕괴로, 특히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민간인 60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혈의 그림자가 도시를 물들인다.

 

정치 지도자들의 어투도 이미 봉합이 불가능한 강경함 위로 달려간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정권의 모든 목표물을 타격할 것”이라 위협했고,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이란이 미사일을 지속하면 테헤란이 불타버릴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강경한 입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역시 미국과 프랑스의 군사기지를 공격 목록에 올렸다는 경고 메시지를 남겼다.

 

이 긴장 고조는 외교 지형마저 진동시켰다. 오만에서 예정됐던 6차 미국-이란 핵협상은 무기한 취소됐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50분 넘게 통화하며 중동 해법을 모색하자고 제안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황을 “매우 불안하다”는 말로 압축했다. 국제사회는 분열된 시선과 불안한 침묵 속에 움직임을 이어간다.

 

중동의 하늘은 불길 위에 덮여 있지만, 누구도 이 다음에 닥칠 파문을 예측하기 어렵다. 이란과 이스라엘, 두 상대의 철조망 위 군사적 긴장감이 이 지역 전체에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국제사회가 내미는 손길과 냉엄한 이익 계산, 그리고 양국의 피어오르는 분노 속에서, 평화는 한없이 멀기만 하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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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사우스파르스가스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