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대중 선생, 가르침 잊지 않겠소”…무라야마 도미이치, 한일 화해의 발자취 남겼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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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화해와 과거사 인식을 둘러싼 갈등에서 한일 양국의 전직 정상들이 남긴 메시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본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와 김대중 전 대통령, 두 인물의 교류를 보여주는 기록물이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을 통해 22일 공개됐다.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이 이날 소개한 자료에는 2014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가 방한해 김대중도서관을 찾았을 때 남긴 방명록과 당시의 사진, 그리고 1998년 12월 청와대 예방 당시 촬영된 기록까지 포함됐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방명록에 “김대중 선생,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고, 이는 양국 관계의 화해와 이해를 향한 깊은 존중을 드러내는 문구로 남았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5년 총리 재임 시절, 제2차 세계대전 종전 50주년을 맞아 일본의 식민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이 담화는 한일관계에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도서관이 공개한 사진 중에는 1994년 무라야마 당시 사회당 당수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납치사건 해결을 위해 한일 양국 인권 변호사들과 만나는 모습도 포함돼 양국 간의 인권·평화 협력 의지를 보여준다.

 

정치권과 외교계는 무라야마 담화의 역사적 의미와 한일 정상 간 사적 교류가 현재의 외교 현안에도 시사점을 준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통해 역사적 진실과 상호 이해에 기초한 진정한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노력한 양심적 정치인”이라며, “이번 사료 공개는 양국의 화해와 이해를 위해 헌신한 두 지도자의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일 관계가 외교적 난항을 겪는 가운데, 양국 정치 지도자 간의 신뢰와 소통의 유산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 인사들은 “과거의 화해 노력에 기반해 미래를 향한 협력 의제를 확장해야 한다”며, 무라야마와 김대중 두 정상의 행적을 재조명하는 데 뜻을 함께하고 있다.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은 앞으로도 역사적 사료를 통해 한일 양국 이해 증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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