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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날씨, 조용한 산책”…여주 신륵사와 세종대왕릉 찾는 발길 늘었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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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흐린 하늘 아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집에 머무는 날씨라 여겨졌지만, 지금은 조용히 걷고 생각을 정리하는 주말의 일상이 됐다.

 

이번 주말 경기도 여주엔 오전에 잠깐 비가 내리다가 오후에는 잔잔하게 흐린 날씨가 이어진다. 기상청에 따르면 아침 최저기온은 23도, 낮 최고기온은 29도로, 큰 무더위 없이 야외 활동을 하기 좋은 조건이다. 실제로 SNS에는 신륵사를 배경으로 촉촉한 초록빛 풍경을 인증하는 게시물이 부쩍 많아졌다. 남한강을 따라 펼쳐진 고즈넉한 길, 비가 그친 뒤 청량함이 감도는 산사에서 자연스럽게 사진을 남기거나, 그냥 그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이들의 모습이다.

기상청 제공
기상청 제공

세종대왕릉도 잔잔하게 인기다. 깊은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흐린 공기 탓에 더욱 고요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도 많아졌다. 비 온 뒤 미세먼지가 보통 수준에 머무는 날, 답답했던 실내를 벗어나 함께 걷는 산책길은 자연스럽게 대화와 추억을 남긴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야외 명소별 주말 방문객 수는 흐린 날씨에도 평일의 3~4배를 넘어선다. “한적하고 조용해서 오히려 흐린 날이 더 좋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현지 상인은 “강렬한 햇살 없는 흐린 날, 차분하게 산책을 즐기려는 가족과 연인 방문이 늘었다”고 전했다.

 

기상 전문가는 “흐린 날씨는 신체 리듬에도 도움이 되고, 적당한 기온은 더위를 피해 자연을 찾게 한다”며 “이런 날에는 번화한 쇼핑몰보다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공간에서 심신을 편안히 돌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분석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흐릿한 하늘이 오히려 기분을 가라앉혀준다”, “비 내리고 나면 풀 냄새가 좋아서 일부러 산책한다” 등, 소란스러운 여름보다 평화롭고 느린 순간을 즐기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흐린 날, 여주의 조용한 산책길은 바쁘고 소란스러운 일상에 작은 쉼표를 선사한다.

문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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