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무효 판결”…트럼프 상호관세 전략 급제동→글로벌 무역 질서 흔들린다
진한 아침 안개 위로 미국과 세계를 잇는 거대한 무역의 흐름에 균열이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재출범과 함께 내건 ‘상호관세’ 정책에 미 연방국제통상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그의 야심 찬 경제전략이 법의 문턱 앞에서 조용히 멈춰섰다.
미 연방국제통상법원이 5월 28일(현지시간) 내린 판결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전방위적인 관세 부과에 나섰던 조치는 법원의 판단에 따라 권한 남용으로 지목됐다. 관세의 칼자루를 움켜쥐고 있던 백악관은 곧바로 항소를 선언했다. 이제 이 쟁점의 최종 향방은 연방대법원으로 떠넘겨진 셈이다.

상호관세 부과 정책은 트럼프 2기 행정부 경제정책의 심장부에 자리하고 있었다. 지난 1월 20일 임기를 시작한 대통령은 지난달 2일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구호 아래,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역사적인 관세 정책 시행을 전격 선언했다. 그는 모든 국가에 최소 10%, 특정 국가에 대해선 최대 50%까지 상호관세를 매기는 파격적 정책을 단행하며 미국 제조업 보호와 무역적자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렸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정책의 근간부터 흔들었다. 법원은 미국 대통령이 IEEPA를 동원해 자의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감세와 정부 지출 삭감, 그리고 관세라는 세 개의 축으로 버텨온 트럼프 경제 기조의 한 쪽이 급격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마저 정부 부채가 늘고 있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외부 비판의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제동이 걸리자, 국제사회엔 작은 안도의 물결이 흘렀다. BBC는 판결 직후 미국 S&P500과 나스닥 선물지수가 동반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또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다만, 현장에서 품목별 관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어 완연한 불확실성은 가시지 않고 있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포기할 것이냐는 점이다. 미 대통령의 무역확장법 232조 혹은 무역법 301조, 더 나아가선 의회 입법을 통한 정책 추진 카드까지 거론된다. 하지만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 내에서도 지역구 이해충돌로 온전한 시행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사법부 사이의 대립도 한층 깊어졌다. 이미 이민, 군복무 등 다양한 정책에서 반복된 법원 판결에 대통령이 실명 비판을 가한 적 있었고, 최근엔 법관 독립 경호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 스티븐 밀러가 “사법 쿠데타”라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내면서, 정치적 공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의 여운은 미국 국내정치뿐 아니라 세계 무역 질서 전반에 길게 남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드라이브가 앞길을 잃으면서 무역 협상 테이블 위 힘의 균형도 달라졌다. 이제 주요 무역 상대국들은 한숨을 돌리며 양보를 늦출 여지를 얻게 됐고, 글로벌 교역망 곳곳에는 다시 검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소비자와 기업, 그리고 투자자들은 앞으로 무엇을 기대하며 대비해야 할까. 불확실성의 안개가 걷힐 때까지, 글로벌 무역 환경과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에 빈틈 없는 주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는 몇 주간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단이나 백악관의 추가 대응이 모든 이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