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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부산 미제에 새긴 7698”…김종국, 광기 앞 무너진 심장→50년의 슬픔이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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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 부산 미제에 새긴 7698”…김종국, 광기 앞 무너진 심장→50년의 슬픔이 덮쳤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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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여름밤의 골목길이 한 순간, 두려움과 슬픔의 그림자로 뒤덮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 김종국, 정은지, 장도연의 낯설 만큼 진지해진 표정은 곧 50년 전 부산을 뒤흔든 미제 살인사건의 진실과 마주하며, 가슴 깊은 곳을 찌르는 슬픔으로 번졌다. 살아남은 이의 한 마디와 사라진 아이들의 이름, 그리고 범인이 남긴 정체불명의 숫자 '7698'은 지금도 사회 전체에 얼어붙은 질문을 던진다.

 

방송은 1975년 8월, 나흘 간격으로 일어난 김현정 양과 배준일 군의 연쇄 살인사건을 섬세하게 되짚었다. 김현정 양의 배에 남겨진 괴이한 메시지와, 배준일 군의 시신에 적힌 조롱의 낙서는 범인의 광기와 사회에 남긴 상처의 깊이를 드러냈다. 특히 "범천동 이정숙이가 대신공원에서 죽었다"라며 낙서를 남긴 범인은, 과거 살인미수 피해자였던 이정숙 양과의 기이한 집착에 사로잡혀 있었다. 출연진들은 계속되는 이야기들 속에서 분노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종국은 사건의 잔혹함에 "진짜 미쳤네"라며 두 손을 떨었고, 정은지는 인간의 탈을 쓰고서 어떻게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다. 임하룡이 바라본 희생된 아이들의 모습 역시 관객의 슬픔과 공포를 대변했다.

꼬꼬무, 부산 어린이 연쇄살인 사건 범인이 남긴 '7698'의 섬뜩한 의미와 충격적 단서들 /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꼬꼬무, 부산 어린이 연쇄살인 사건 범인이 남긴 '7698'의 섬뜩한 의미와 충격적 단서들 /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현장의 공포와 혼란이 컸던 이유는, 범인이 마치 세상을 조롱하듯 범행 대상을 남기고 메시지를 남기는 행위, 그리고 경찰 수사마저 농락했던 뻔뻔함 때문이었다. 김현정 양 실종 및 시신 발견 당시 경찰의 초동 실수, 피해자 가족을 향한 무책임한 판단까지 더해진 것은 피해 가족의 슬픔과 분노를 배가시켰다. 더욱이 범인이 남긴 '7698'이라는 숫자는 이정숙 양 가족의 전화번호 뒷자리임이 드러나며, 범죄의 집착성과 광기가 더욱 부각됐다. 이후 반복된 두 번째 피살과 이어진 범인의 조롱, 그리고 택시기사의 증언을 바탕으로 경찰은 10만 장이 넘는 몽타주를 배포했으나, 검거에는 끝내 실패했다.

 

부산 전체에 드리운 무거운 공포로 인해 부모와 이웃, 아이들 모두 밤길을 잃었고, 사회는 범인을 추적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사건은 미궁에 빠졌고, 수사 실패와 반복된 트라우마는 가족들과 시민들의 삶에 씻기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전문가는 범인을 정신이상자이자 높은 지적 수준의 소유자로 분석했으며, 표창원 전 경찰대학교 교수도 그 심리적 잔혹성에 주목했다. 박홍근 등 별개의 사건들도 또다른 진실을 밝혔으나, 연쇄살인의 퍼즐은 간직한 채 공소시효와 함께 영원히 닫혀버렸다.

 

'꼬꼬무' 제작진은 이날 눈물과 분노, 긴장감이 뒤섞인 출연진의 리액션을 통해 50년 전 그날 현장에서 울부짖던 목소리, 그리고 여전히 미해결로 남아있는 상처를 차분하고도 단단하게 전달했다. 사라진 아이들의 이름은 한숨 섞인 질문으로 남았고, 범인이 남긴 메시지는 단순한 낙서가 아닌 사회를 뒤흔든 도전장이 됐다. 시청자들 역시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공동체의 무력함, 그리고 끝내 밝혀지지 못한 진실에 가슴을 쳤다.

 

방송은 비극이 우리에게 남긴 질문을 피하지 않는다. 5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씻기지 않은 상처 앞에서, 어린 영혼들이 남긴 흔적을 어떻게 기억하고 지켜야 할 것인지,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바뀔 수 있을지를 되묻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공소시효의 끝에서도 멈추지 않는 슬픔과 경각심을 시청자 곁에 오래 남기고 있다. 영원히 밝혀지지 못한 아이들의 기억은, 이름 그 자체로 마지막 위안이 됐다.

 

한편,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매주 깊은 서사와 새로운 관점으로 미제사건을 조명하며, 시청자들에게 잊혀진 진실의 무게를 꾸준히 환기하고 있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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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김종국#부산어린이연쇄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