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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전산망 멈춤의 단초”…리튬배터리·작업·예산, 이중화 부실이 불러온 파장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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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튬이온 배터리 안전성 문제가 국가 핵심 인프라의 안전 패러다임을 뒤흔들고 있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형 화재는 배터리 교체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예산 부족과 이중화 지연이 초유의 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로 확장됐다. 전문가들은 사고 이면에 "디지털 안전체계의 구조적 취약성"이 내포돼 있다며, 이번 사태를 공공 IT 인프라 신뢰성 경쟁의 분기점 중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의 핵심은 UPS(무정전 전원장치)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노후화와 작업자 관리체계 미흡, 그리고 데이터센터 이중화의 부실 등 복합적 요인에 있다. 행정안전부와 국정자원관리원은 2014년 생산된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용과, 이를 지하로 옮기는 과정에서 전원이 차단된 상태에서도 불꽃이 발생했다고 공식 설명했다. 사용 연한이 지난 배터리였음에도 예산상 교체가 미뤄진 점, 전문자격 작업자 투입 여부 및 작업 과정에서의 물리적 충격 가능성이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기술적으로 UPS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높다는 것이 정설이다. 정전 시에도 서버 등 핵심 전산장비에 무정전 전력을 공급해야 하므로, 별도의 직류(DC) 전원 체계와 안전 장비가 필요하다. 배터리 노후화로 내부 저항이 커질 경우 외부 충격 시 짧은 시간에 고온·고전압이 발생, 예상치 못한 발화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외 연구소는 배터리 연한 관리와 내구성 측정 시스템의 표준화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이번 국정자원 화재의 경우, 전원이 완전 차단된 상황에서 40분 후 발생해 "잔류 전압·미세 합선 등 관리상 결함"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UPS 배터리 교체·운반 시는 전원차단, 안전장비 착용, 관리감독 동시 이행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정부 데이터센터 이중화(Active-Active 구조) 체계 부실도 사고 확산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지목된다. 국정자원관리원은 대전 본원과 광주·대구센터로 백업 체계를 나눠 운영 중이나, 재난 복구(DR) 시스템이 일부 시스템 데이터 백업 수준에 머물렀다. 예산 삭감과 시범사업 지연에 따른 투자 부족으로 실시간 데이터 이중화 도입이 2~3년째 정체된 상황이다. 핵심 업무 서버만 우선 투자되는 등 보안 예산 한계도 드러났다.

 

이중화·백업 인프라 고도화는 미국 연방정부와 영국 NHS 등에서 이미 확대 적용되고 있다. ‘액티브-액티브’ 운영 모델은 한쪽 장애 시 실시간 복구, 업무 연속성을 높인다. 하지만 이번 화재는 “예산과 정책 논의에 머무르다 전산망 전체가 멈췄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국내에선 2022년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2023년 정부 전산망 장애에도 제도적 보완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정책적으로도 정보보호 및 인프라 투자 예산의 체계적 확보가 핵심으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디지털 인프라 안전성은 이제 국가안보와 같은 차원”이라며, 예산·인력 구조 혁신 없이는 유사 사고 재발 위험이 높을 것이라 해석한다. 산업계에서도 백업과 재해 복구 투자가 본업과 분리될 수 없다는 인식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국정자원 화재가 단일 기술 결함이 아닌, 관리·예산·제도적 복합 취약성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보 인프라의 신뢰성이 국가디지털전환 경쟁의 바탕이 된 만큼, 사고의 교훈이 실질적 정책·예산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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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자원#배터리#이중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