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재발, 수제천에 전자 숨결 얹다”…ISEA 2025 오프닝 전율→과거와 미래가 교차한 밤

잔잔히 흐르는 한강 위, 가재발의 손끝에서 울려 퍼진 전통의 선율은 한순간에 경계를 허물며 관객의 내면 깊숙이 파고들었다. 익숙한 궁중음악 ‘수제천’이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를 통해 새로운 감각과 울림으로 재해석될 때, 아득했던 옛 노래와 전자적 빛의 파동은 묵직한 감동을 남겼다. 미디어아트 그룹 사일로랩이 구현한 ‘윤슬’의 반짝임이 음악과 대비를 이루며, 한강의 밤은 과거와 현재, 나아가 미래의 예술에 온전히 물들었다.

가재발 이진원은 이번 무드를 가로지르는 실험적 공연에서 백제 고대가요 ‘정읍사’에 뿌리를 둔 ‘수제천’을 아날로그 모듈러 신디사이저로 다시 숨 쉬게 했다. 그는 “수제천이 가진 정적인 흐름과 여백, 그리고 반복 속에 담긴 농현의 미묘함까지도 전자음악의 질감으로 재탄생시키고자 했다”고 밝혔다. 전통의 울림과 현대의 감각이 교차하는 긴장감은 묘한 여운으로 이어졌다.

‘수제천’은 원래 백제의 옛 노래 ‘정읍’에서 시작해 조선시대 궁중무용 ‘처용무’의 반주음악으로 자리잡았고, 현재는 기악곡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천상의 맑음과 생명에 대한 바람을 담아낸 이 곡은, 전통과 동시대성을 품은 새로운 시도로 가재발의 무대에 다시 태어났다.

이번 공연은 사일로랩이 설치한 미디어아트 ‘윤슬’과의 협업을 통해 다층적인 예술 경험을 선사한다. 두 예술가는 서로 다른 언어로 호흡하며 전통음악과 현대미술의 경계선을 지워낸다. ‘ISEA 2025’가 내세운 ‘동동’이라는 주제처럼, 한강을 무대로 전자음악과 미디어아트, 그리고 궁중음악까지 모두 어우러지는 순간이 펼쳐진다. 이를 통해 관객은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에서 파동치는 예술의 본질을 직접 마주하게 된다.

70여 개국, 천여 명의 미디어아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ISEA 2025’에서는 예술과 기술, 오래된 음악과 실험적인 현재가 하나의 무대를 이루며 혁신적 흐름에 힘을 싣는다. 공연을 마주한 이들은 수제천의 영원을 품은 선율이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의 불규칙한 전류와 결합해 또 다른 생명으로 흐르는 대서사적 밤을 경험하게 된다. 가재발과 사일로랩이 완성할 이 독창적 무대는 ‘ISEA 2025’ 오프닝 행사로 24일 오후 8시 무드서울에서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