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조선·에너지 협력 카드로 미국 설득”…김정관, 한미 상호관세 협상 막판 총력전
상호관세 부과 시점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미 간 관세 협상을 둘러싼 갈등이 극대화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필두로 한 정부 협상단은 미국 현지에서 연쇄 협상에 나서며 국내 주요 수출 산업의 경쟁력 보호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 시점은 8월 1일로,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대미 투자 확대 등 보완책과 함께 15% 선에서 관세를 낮춘 것과 비교해 한국도 유사한 수준의 인하를 목표로 막판 담판에 돌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외교부는 조선,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등 전략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K-패키지’ 카드로 미국을 설득하고 있다. 김정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잇따라 면담하며 25%로 예고된 상호관세를 15%로 낮추기 위한 세부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31일, 조현 외교부 장관은 금주 미국 측과 각각 추가 회동을 갖고 전방위 총력전을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한국 측은 일본·EU와는 차별화된 협상 패키지로 미국이 원하는 ‘눈에 띄는 숫자’ 제시에 주력하고 있다. 조선 부문의 경우,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이름의 대규모 미국 현지 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 해군력 증강과 해운 역량 강화에 실질적 기여 의지를 내비쳤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미국산 항공기 구매 확대, 미국산 LNG·원유 도입 등도 패키지에 포함시켜 구체적 투자 및 구매 확대안을 함께 제시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알래스카 LNG 가스관 사업 등 전략적 현안에 미국과 공동 참여 방안을 협의하고 있으며, 비중이 하락한 미국산 가스 도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주요 협상 카드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 역시 ‘원스톱 쇼핑’ 패키지에 포함시켜 미국이 요구하는 무역·투자·안보 이슈를 한 데 묶은 설득 방식을 적극 모색 중이다.
국내에서 극도로 민감한 쌀, 소고기 등 농산물은 애초 ‘레드라인’으로 규정했으나, 미국의 강경한 요구에 상징적 양보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협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농민 지지 기반을 의식해 농산물 추가 개방 및 구매 확대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 내부에서는 한국이 2023~2024년 대미 투자 1위 국가라는 점을 들어 투자 확대를 관세 인하의 핵심 카드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투자를 양보로 활용해야 하며, 농산물·검역 등 민감 분야도 실질적 피해가 없는 한 전략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5일 대통령실 통상대책 브리핑에서 “안보 분야의 안정적 에너지가 여타 분야에 선순환 효과를 주길 기대한다”고 밝히며 한미 안보협의도 긍정적으로 진전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관세 협상의 최종 분수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하는 시점인 30일을 전후해 마련될 전망이다. 정부는 “7월 말까지 협상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 아래, 관세 인하를 관철해 한미 경제 동맹과 수출산업의 기초 체력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