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정신으로 100년 동맹"…이재명·무함마드, 한UAE 우주·국방 협력 확대 합의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의 안보·에너지 동맹이 우주와 인공지능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형제의 정신’에 기반한 100년 동맹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향후 국방·우주·AI 협력 구체화 과정에서 중동 외교 지형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자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현지 시간으로 아랍에미리트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UAE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확고한 신뢰와 존중, 그리고 형제의 정신을 기반으로 향후 어떤 외교 상황의 변화가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양국 관계를 견고하게 발전시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형제의 나라에 와서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다”며 첫 중동 순방지로 UAE를 택한 배경을 에너지·안보 파트너십에서 찾는 듯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 대통령은 먼저 양국 협력의 상징인 바라카 원전과 아크 부대를 거론했다. 그는 “바라카 원전 사업, 아크 부대 등을 보면 양국의 협력 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의 협력 관계가 더 넓고, 깊고, 특별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에너지와 군사 분야에서 이미 축적된 협력을 토대로 협력 스펙트럼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UAE의 중장기 국가 비전에 한국이 핵심 동반자임을 강조했다. 그는 “UAE는 세계 6대 산유국인데도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민간 개발을 통해 경이로운 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한 뒤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71년까지 세계 최고 국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지난 2021년 발표한 것으로 안다”며 “대한민국은 이 위대한 여정의 핵심 파트너”라고 말했다. 산유국에서 지식·기술 기반 국가로 전환하려는 아랍에미리트의 전략에 한국의 산업·기술 역량을 결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어 이 대통령은 ‘100년 동맹’이라는 표현까지 꺼내며 협력 의지를 부각했다. 그는 “한국은 양국의 100년 동맹을 위해 전방위적 협력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국방·방산·인공지능 AI·원자력·보건·의료 등 중요한 분야가 많다. 공동 번영을 위해 양국이 거침없이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존 에너지·건설 중심에서 첨단 기술·보건 협력으로 외연을 넓혀 안정적인 포괄 전략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방향성이다.
이 대통령은 의전과 환대에 대한 감사도 언급했다. 그는 “UAE 입국 당시 전투기로 호위를 해준 것, 정상회담장 입구에서 낙타부대와 기마부대가 환영해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며 “아침에 보내주신 식사를 저와 제 아내가 잘 먹었다”고 전하며 양국 정상 간 친밀감을 강조했다. 국빈 방문을 계기로 형성된 개인적 친분이 향후 협상 과정에서 신뢰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이에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은 한국을 첫 중동 순방국으로 선택한 데 대해 의미를 부여하며 적극 화답했다. 그는 “첫 중동 순방국으로 UAE를 택하신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한국 기업이 아부다비와 육지를 잇는 교량 건설을 맡았던 사례를 소환해 양국 관계를 상징적으로 설명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저의 아버지이신 선대 대통령께서 섬으로 이뤄진 아부다비와 육지를 잇는 교량을 건설하기로 하고 건설을 맡을 업체로 한국 회사를 택했다”며 “그때의 교량이 아부다비와 육지를 잇는 것처럼, 양국을 연결하는 교량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인프라 협력이 정치·안보 협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대목이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바라카 원전이 양국 에너지 동맹의 실질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얼마 전 한국이 수출한 바라카 원전이 성공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며 “이런 협력이야말로 양국 파트너십이 공고하게 유지되도록 하는 근간”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원전 수출과 운용 과정에서 축적된 신뢰가 향후 에너지 안보와 원자력 기술 협력의 토대가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양국 정상은 특히 우주와 인공지능을 미래 협력 축으로 지목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향후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 증진을 원한다. 그중에서도 우주 분야와 AI 분야가 유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는 구체 사례로 “우주산업의 경우 한국과의 협력 성공작으로 칼리파셋 위성 발사를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칼리파셋 위성은 2015년 UAE가 개발한 지구관측 위성으로, 개발 과정에서 한국 기술력이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축적된 위성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발사체·위성 기술과 UAE의 자본·우주 비전을 결합하는 후속 프로젝트가 논의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국방·안보 협력 강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국방 분야에서도 협력의 지평을 넓히고 싶다”며 UAE에 파병 중인 한국 아크 부대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UAE에 주둔하는 한국 아크 부대의 활동을 높이 평가하며 이런 종류의 협력이 더 확대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아크 부대는 UAE 특수전 부대 교육훈련 지원과 연합훈련 등을 수행하는 부대로, 한국과 UAE 간 군사협력의 핵심 채널이다. 아크 부대 활동 확대가 실제로 추진될 경우, 방산 수출·합동훈련 강화 등 후속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UAE 협력을 범세계적 이슈로도 확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전 세계적 문제인 평화 구축에서도 협력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중동에서 일정한 외교적 영향력을 지닌 UAE와 경제·안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은 한국 외교의 지역 다변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한UAE 정상회담은 바라카 원전과 아크 부대로 상징되는 기존 협력 모델을 우주·AI·보건·의료 등 신산업 분야로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양국 정상이 밝힌 ‘100년 동맹’ 구상을 바탕으로 후속 경제·국방 협력 패키지를 점검할 계획이다. 정치권도 한UAE 협력의 안보·경제 효과와 중동 외교 지형 변화를 주시하는 가운데, 정부는 향후 한미·한중·한일 관계와 연계해 중동 지역 외교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