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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 인수戰”…노보, 90억달러 베팅에 화이자 반발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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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대사질환 신약 시장을 두고 대형 제약사들이 공세를 펼치고 있다. 최근 노보 노디스크와 화이자가 비만·당뇨 치료제 개발 회사인 멧세라(METsera) 인수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노보 노디스크는 30일(현지 시간) 멧세라 측에 조건부가치권(CVR) 포함 주당 최대 77.75달러, 총 90억 달러(약 12조8600억원) 규모의 인수 제안을 공식화했다. 현금, 목표 임상 달성 시 지급하는 조건부 가치까지 포함하면 앞서 화이자가 제시한 73억 달러(약 10조4300억원)보다 약 23% 높은 수준이다.  

 

이번 제안은 지난달 화이자의 멧세라 인수 최종계약 발표 뒤에 나온 것으로,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선두기업들이 시장 선점 경쟁을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노보 노디스크와 화이자는 각각 ‘위고비’, ‘루스벨티드’ 등 차세대 항비만·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에서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멧세라는 GLP-1 수용체 계열 경쟁 신약을 보유한 유망 바이오텍으로, 후보물질의 임상 효능 및 파이프라인 확장이 기대되는 기업이다. 특히 이번 인수전에는 신약 특허권, 기술 이전(OEM·라이센스) 가능성 등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두 기업 모두 멧세라를 확보하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노보 노디스크 측 입장에선 경쟁사 일라이 릴리와의 기술 격차 확대, 최근 주가 조정 및 구조조정 등 대내외 위기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화이자는 시장점유율 방어와 신제품 라인 확장 등 ‘수성’ 포석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수요자 측면에서는 새로운 치료 옵션 확보, 보험 급여 확대, 가격경쟁 촉진 등 긍정적 변화가 전망된다.  

 

그러나 화이자는 즉각 반발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인수가 “무모하고 전례없는 전술”, “시장지배 기업의 경쟁약체 흡수”라며, 반독점법 위반과 실행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노보가 멧세라 인수에 성공할 경우 미국·유럽 등 규제당국의 심사, 대규모 실사, 기술·특허 이전 관련 절차가 까다로울 것이란 관측이 높다. 멧세라 측은 일단 노보의 제안이 “더 우월하다”고 평가하면서도 화이자에 4일간 재협상 기회를 제공한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미·유럽 양대 시장의 견고한 특허제도, 신약 관련 CFIUS·반독점 심사 등 제도적 변수에 향후 인수전 결과가 달릴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헬스케어 투자사 관계자는 “비만·대사질환 분야는 AI 신약개발, 유전체 기반 혁신과 달리, 합성 신약·임상 경험·승인 실적이 좌우하는 시장”이라며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인수합병 경쟁이 본격화되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했다.  

 

산업계는 이번 인수전이 신약개발 생태계에 미칠 영향과 실제 시장 판도 변동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기술, 자본, 규제의 삼중 변화 속에서 치열한 헤게모니 경쟁이 진행 중이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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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노디스크#화이자#멧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