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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부터 인구까지 아우른다”…루닛, 의료AI 대형 과제 주도한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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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공지능(AI) 분야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속 중이다. 루닛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의과학 분야 주관 기관으로 선정되며, AI 기반 임상·신약개발·건강관리 전주기 통합 시스템 개발에 시동을 걸었다. 총 182억 원 규모의 사업자금과 GPU 자원을 확보한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의료AI 시장 경쟁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루닛 컨소시엄은 과제명 ‘분자에서 인구까지 전주기 의과학 혁신을 위한 멀티스케일 의과학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2026년 9월까지 진행한다. 트릴리온랩스, 아이젠사이언스, SK바이오팜, 카카오헬스케어 등 7개 기업과 KAIST, 서울대학교, 주요 병원 등 23개 산학연병이 참여해 대규모 연합체를 구성했다. 이번 국가전략사업에 따라 정부로부터 174억원에 달하는 GPU 인프라 지원도 동시에 이뤄졌다.

주요 목표는 분자, 단백질, 오믹스, 임상의료지식 등 각 단계를 종합한 멀티스케일 의과학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이다. 320억 개 매개변수(파라미터) 규모의 이 파운데이션 모델은 기존처럼 단계별로 단절된 지식이 아니라 R&D와 임상, 신약개발 등에 필요한 증거사슬이 일관되게 연결되도록 설계된다. 특히 루닛은 해당 모델을 상업용 오픈소스로 공개할 계획이다.

 

이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으로 임상의사결정지원 시스템, 연구 파트너 AI, 대국민 건강관리 챗봇 등 6종 에이전틱 시스템이 동시에 개발된다. 의료계와 제약, 개인 건강관리까지 실질적으로 활용 범위가 확장된다는 점에서 국내외 유수 사례 대비 차별점이 있다. 예를 들어 임상데이터와 논문, 유전체 정보 등 각종 데이터가 통합돼 신약 후보물질 탐색이나 환자 맞춤 진단의 정확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기준으로 봐도 범용 대규모 파운데이션 모델을 의료 분야에서 이처럼 다단계로 통합 개발하는 시도는 드물다. 미국과 일본이 이미 임상지원 목적 AI 개발에 나섰으나, GPU 대규모 확충과 산학병연 컨소시엄 운영 측면에서 정부 중점 지원은 국내가 더욱 강화된 양상이다. “단기간 내 최신 GPU 대량 확보라는 정부 지원은 실질적 기술 상업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한편 데이터 보호, 의료AI 윤리, 건강 정보 활용에 대한 정책 기준도 함께 논의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일산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등에서 실사용 테스트까지 인증한다. 국내 13개 병원·제약사 실증을 거쳐 전 상급종합병원·제약사로 확대를 목표로 삼았으며,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까지 포함됐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파운데이션 모델·의료에이전트까지 관통하는 이번 대형 프로젝트가 한국 의료AI의 글로벌 확산을 이끌어낼 토대가 될 것”이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의료 혁신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기술의 실제 상용화 및 시장 안착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의 범주와 속도뿐 아니라, 의료 데이터 보호·윤리·산업 제도와의 균형 역시 한국 의료AI 확산의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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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파운데이션모델#국가전략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