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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 물결 몰아쳤다”…이태희, KPGA 클래식 2라운드 맹활약→3위 희망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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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 물결 몰아쳤다”…이태희, KPGA 클래식 2라운드 맹활약→3위 희망 피운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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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바람을 가로지른 볼에 20년 투혼이 스며들었다. 이태희는 클래식한 미소 뒤로 묵묵히 이정표를 세웠고, 어린 후배들과 나란히 경쟁의 선상에 섰다. 시즌 초중반 더뎠던 발걸음이 제주 사이프러스의 필드에서 새로운 속도를 찾았다.

 

10일 제주 서귀포 사이프러스 골프 앤 리조트 북서코스에서 펼쳐진 KPGA 클래식 2라운드, 이태희는 버디만 8개를 쏟아내며 14점을 더했다.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으로 치러진 본 대회에서 1라운드 7점에 2라운드 14점을 보태 중간합계 21점, 선두 옥태훈(25점)과는 단 4점차 3위로 도약했다. 점수는 버디 2점, 보기는 -1점 등 각 홀 결과에 따라 실시간으로 합산돼 긴장감이 배가됐다.

“버디 8개 폭발”…이태희, KPGA 클래식 2R 맹타→3위 도약 / 연합뉴스
“버디 8개 폭발”…이태희, KPGA 클래식 2R 맹타→3위 도약 / 연합뉴스

이날 이태희는 10번 홀에서 출발해 전반 9홀에만 7개의 버디를 기록했다. 샷과 퍼트 모두 컨디션이 살아나며 기대 이상의 흐름을 만들었다. 후반 들어 2번 홀에서 추가 버디를 잡아냈지만, 날씨가 급변하고 바람이 거세지며 두 차례 보기를 범했다. 현장 분위기 역시 순식간에 조심스런 숨결로 변했지만, 이태희의 눈빛은 오히려 더욱 단단해졌다.

 

경기 후 이태희는 “이 방식 자체를 즐기진 않지만 연습 때보다 버디가 많이 나와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전반에는 날씨가 도와줘 흐름이 좋았고, 후반에는 추위와 바람에 샷이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2006년 투어 데뷔 후 스무 해를 맞는 이태희는 “연차를 의식하기보단 오히려 오늘만 생각한다”며 소탈한 각오를 전했다. 시즌 초반 부침을 딛고, 점차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다섯 번째 우승에 대한 희망을 다시 점화했다. “어린 선수들처럼 무리하진 않고, 쇼트게임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며 오랜 자기관리의 소신도 드러냈다.

 

특유의 침착함으로 자기관리를 강조한 이태희는 “불필요한 행동을 줄이고 긍정적인 말만 한다”고 밝혔다. 3라운드를 앞둔 시점에서 “플레이에 집중하며 내일도 재미있게 치고 싶다”는 말로 마음을 다잡았다.

 

올해 KPGA 클래식은 기상 악화로 2라운드가 하루 미뤄져 총 54홀 경기로 축소됐다. 선두와 4점차, 마지막 승부를 앞둔 베테랑의 발걸음엔 무거운 긴장과 묵묵한 용기가 공존했다. 바람에 흔들리더라도, 단단히 고인 뿌리를 보여줄 그의 마지막 라운드가 조용히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긴 하루의 끝,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가는 한 프로골퍼의 뒷모습이 남았다. 이태희의 이야기는 중계화면을 넘어 각자의 잔잔한 위로로 남겨진다. KPGA 클래식 사흘째, 제주 필드 위 파란 의지가 다시 피어날지, 마지막 3라운드는 이튿날 펼쳐진다.

윤지안 기자
#이태희#kpga클래식#변형스테이블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