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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 더 빛나는 풍경”…횡성의 여름, 실내외 여행지로 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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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 더 빛나는 풍경”…횡성의 여름, 실내외 여행지로 다시 걷는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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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려도 여행의 설렘은 식지 않는다. 요즘엔 궂은 날씨에도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비가 여행의 걸림돌이었지만, 지금은 이따금씩 내리는 비가 여름 풍경에 작은 호사를 더한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달라진 여행의 태도가 담겨 있다.

 

횡성은 촉촉한 여름비가 어울리는 곳이다. SNS에서는 “비 오는 날엔 꼭 안흥찐빵 한 입 해야 한다”는 인증샷이 자주 올라온다. 안흥찐빵모락모락마을에선 갓 쪄낸 찐빵을 직접 만들어보고 맛보는 체험이 인기다. 빗소리를 BGM 삼아 따스한 찐빵을 나누는 시간은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든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안흥찐빵마을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안흥찐빵마을

맛뿐 아니라 배움의 재미도 만날 수 있다. 횡성한우체험관은 신선한 한우를 맛보고 사육 과정과 역사까지 배우는 공간이다. 아이와 함께 찾는 가족들의 만족도가 높다. 진한 한우의 풍미에 “비가 와서 더 운치 있다”는 후기가 이어진다. 전통주 애호가라면 국순당 주향로가 반가운 곳이다. 우리 술의 제조 과정을 천천히 둘러보고, 빗방울을 등진 채 다양한 전통주를 시음하는 순간이 색다른 추억으로 남는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읽힌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실내 체험 여행지는 비 오는 날 예약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일기예보와 상관없이 오감을 쉴 틈 없이 채우는 미식 여행, 문화 체험이 새로운 주말의 테마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비 오는 날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 차분해지는 공기를 특별하게 여긴다. 한 여행 칼럼니스트는 “비 내리는 풍경 속에서 경험하는 미식과 배움, 예술의 조각들은 혼자 떠난 여행자에게도 충분한 위로가 된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찐빵마을에서 아이와 빗소리 들으며 빵을 만들다 보니 어느새 피곤함이 사라졌다”, “횡성호 안개 자욱한 풍경을 창 너머로 바라보니 별 위로가 필요 없었다” 등, 일상에서 벗어난 감각의 순간들이 공감을 산다.

 

비를 피해 머물 수 있는 장송모 도자연구원에선 도예 체험을 통해 조용한 집중의 미학을 다시 배우고, 비가 그친 뒤엔 횡성호로 나가 고요한 수면 위에 담긴 산세와 구름을 천천히 감상하는 여행도 매력적이다.

 

결국 중요한 건, 나만의 리듬으로 하루를 보내는 일이다. 때론 실내에서 문화와 맛을 천천히 곱씹고, 때론 비에 젖은 자연을 조용히 바라보는 시간. 작은 선택이지만, 그때마다 삶의 방향은 조금씩 바뀐다. 비가 와도 멈추지 않는 횡성의 여름, 누구에게나 특별해질 수 있는 하루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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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안흥찐빵모락모락마을#횡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