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밥상, 막걸리 술상에 깃든 세월”…권경남 부자, 구수한 인생의 위로→시청자 공감 물결
밥상 너머에 핀 막걸리 한 잔의 뽀얀 온기는 가족의 기억을 되살리고, 한 세월을 묵묵히 견디어온 권경남과 순오 부자는 깊은 삶의 흔적을 안은 채 또 한 번의 아침을 맞았다. 따스한 밥 냄새가 가득 묻은 사연과 늘 곁을 채워온 부부의 대화, 그리고 어머니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나는 안주 한 접시까지, ‘한국인의 밥상’은 정성과 시간에 기댄 술상 위 사랑과 위로를 담았다. 골목마다 스미는 막걸리 향기와 세월을 지켜온 가족의 모습은 시청자의 오래된 마음까지 덮었다.
양평의 맑은 물 맛에 길들여진 지평면은 막걸리 인생의 출발점이었다. 농사철이 시작되는 이른 봄, 밤새 피로가 쌓인 아버지에게 막걸리 한 잔은 말없는 위안이자 가족애의 상징이었다. 어머니들이 새벽마다 손수 빚던 술에는 고달픈 남편을 위한 마음이 배어 있었으며, 담백한 북어포국과 싱그러운 돌미나리가 곁들여진 밥상에서 가족의 노고가 풀어졌다. 잔소리와 걱정이 쌓이더라도 다시금 주전자에 쌀을 안치는 어머니의 마음은 언제나 변함없이 깊었다.

청양 양조장에서는 권경남과 아들 순오가 함께 견뎌온 세월만큼이나 오래된 양조의 손길이 몽글몽글 살아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술에 인생을 보탠 아버지는 이제 아들과 함께하는 매일이 더없이 소중하다고 고백했다. 김은옥이 정성껏 내놓은 술지게미 수육, 구기자 순, 초계 무침 등 수많은 추억의 밥상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빈자리를 지켜냈고, 땀과 노동 위에 지어진 가족의 꿈은 오늘까지 이어졌다.
양주의 김영자는 남편의 건강을 생각하며 시작한 술 빚기가 어느새 가족의 전통을 잇는 사명이 됐다. 10년에 걸친 연구와 손길로 빚어진 맑은 수원 백씨 집안의 술은 연푸국, 녹두전, 가마솥통닭구이 등 오랜 밥상 풍경과 함께 세월의 무게를 견뎠다. 명절과 제사 때마다 술상에 깃드는 옛 정취는 가족의 고비마다 중심을 잡아줬다.
익어 가는 술이 세월을 품으면, 가족의 사계절도 천천히 위로로 안착한다. 아버지가 빚고 어머니가 차려낸 밥상 위에서 자식과 아내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사랑을 지켜간다. ‘한국인의 밥상’은 이처럼 가장 소박한 술상에서 피어나는 시간과 사랑의 무게를 긴 여운으로 그려낸다. 오는 5월 29일 저녁 7시 40분, KBS1에서 이러한 가족의 이야기와 인생의 온기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