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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암센터 의료장비 53% 노후화 심각"...한지아 의원, 교체 계획 마련 촉구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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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한 의료장비와 국민 건강권 보호를 둘러싼 충돌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21일 국립암센터의 의료장비 현황을 공개하면서 의료 현장의 장비 노후화 문제가 정국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수년간 교체되지 않은 핵심 진단기기 실태가 드러나며 정부의 의료투자 방침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양상이다.

 

한지아 의원이 국립암센터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국립암센터가 보유한 의료장비 1천169개 가운데 53%에 해당하는 618개가 조달청이 규정한 내용연수(설비의 사용 가능 연한)를 이미 초과했다. 그중 부품 단종 등으로 사실상 수리가 어려운 내용연수 초과 5년 이상의 장비는 426개로 전체 초과 장비의 69%에 달했다.

특히 기준 내용연수를 10년 이상 넘긴 장비도 173개, 15년 이상 된 장비도 83개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상 진단과 일반 검사, 환자 처치 등에 사용되는 진료 필수 장비 871개 중 절반이 넘는 463개 역시 노후화 수준이 심각하며, 이미 110개는 즉각적인 교체가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장비별로 살펴보면, 직접 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수술실·중환자실 등의 장비 538개 가운데 61%인 327개가 내용연수를 넘겼다. 혈액 및 소변 분석 장비 169개 중에서도 89개, 각종 영상 진단 장비 164개 중 47개 역시 노후 판정을 받았다. 교체가 시급한 장비도 각각 72개, 35개, 3개로 나타났다.

 

주요 진단기기의 노후 상황도 심각하다. 현재 국립암센터가 보유한 자기공명영상(MRI) 장비 5대 중 1대는 이미 2007년 3월 도입돼 18년간 사용됐다. 기준 내용연수 10년을 8년가량 초과한 셈이다. 국립암센터 측은 이로 인해 "영상 검사 시 품질 저하, 부품 수급의 어려움, 잦은 고장에 따른 검사 지연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국립암센터는 내용연수를 넘긴 의료장비가 당장 고장이 나거나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노후 장비의 경우 검사·진단 과정 중 오류나 고장 가능성이 높아 적절한 교체와 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치권 역시 우려를 표했다. 한지아 의원은 "암 관리 중심기관인 국립암센터의 의료장비 노후화는 기관 신뢰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권 전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노후 장비는 진단 정확도를 떨어뜨리고 환자 치료를 지연시킬 수 있어, 정부와 기관이 즉각적인 의료장비 전수조사와 교체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와 보건 당국이 쇄신책 논의에 착수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의료 현장 안전성 확보와 국민 불안을 해소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은 향후 국감과 예산 논의에서 국립암센터 의료장비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삼을 전망이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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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아#국립암센터#의료장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