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혈투의 끝”…이다연, 2년 만에 정상 탈환→이민지 제치고 통산 9승 달성
시원한 여름바람이 스며든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의 18번 그린, 수백 갤러리가 한 컷 한 컷에 숨을 삼켰다. 이어진 2차 연장, 미세한 떨림까지 전해진 파 퍼트 순간 이다연이 두 손을 들어올렸다. 이다연의 집념이 2년 만의 정상 복귀를 알리며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2024년 6월 21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미국·유럽 코스에서 열린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최종라운드는 기록과 승부가 치열하게 교차하는 무대였다. 이번 대회는 총상금 15억원이 걸린 KLPGA 투어의 핵심 무대로 꼽혔다. 이다연, 이민지, 박혜준 등 국내외 강자들이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벌였다.

최종 라운드를 3타 차 2위로 시작한 이다연은 차분한 집중력을 앞세워 3언더파 69타를 적어냈다. 5개의 버디와 2개의 보기로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를 완성, 이민지와 동타를 만들어냈다. 경기 초반 박혜준이 더블보기 등 흔들릴 때 이다연은 14, 15번 연속 버디로 단독 선두를 만들었다.
그러나 챔피언조의 긴장감은 쉽게 식지 않았다. 이민지가 17, 18번 연속 버디로 단숨에 반격하며 승부가 연장으로 이어졌다. 첫 연장은 승부를 가르지 못했고, 이어진 두 번째 연장 18번 홀에서 이다연은 침착하게 투온 파를 지켜냈다. 반면 이민지는 온 그린 시도가 아쉽게도 2m 파 퍼트에 실패하면서 이다연에게 우승의 영광이 돌아갔다.
이다연은 이로써 KLPGA 통산 9승,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두 번째 우승, 그리고 베어즈베스트 청라 통산 3승을 모두 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2년 전 이 대회 우승 이후 또 한 번 성공적인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우승상금은 2억7천만원이다. 반면, 이민지는 2021·2022년에 이은 연장전 패배로, 소속 후원사 대회 우승에 다시 한 번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박혜준은 3라운드 선두였으나 최종일에 흔들리며 유현조와 공동 3위(6언더파 282타)에 올랐다. 성유진이 5위(5언더파 283타), 이동은과 이재윤은 공동 6위(3언더파 285타), 박현경이 8위(2언더파 286타), 박민지가 9위(1언더파 287타)로 뒤를 이었다. 시즌 3승 이예원은 공동 14위(2오버파 290타), 방신실은 공동 24위(4오버파 292타)였다. 세계랭킹 3위 리디아 고는 공동 44위(8오버파 296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다연이 2024시즌 첫 우승의 기쁨을 더하며 시즌 중반 KLPGA 무대 경쟁 양상에도 변화의 불씨를 지폈다. 골프 팬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 다음 무대에 향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