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유재석·지석진, 추억 회수권 만담→낡은 골목이 준 생존의 유머
낡은 교복 자락 사이, 푸석한 골목 끝자락에 숨겨졌던 회수권 한 장과 빼앗긴 하루의 기억이 웃음으로 되살아났다. ‘틈만 나면,’에서는 유재석, 유연석, 지진희, 지석진이 90년대 그 시절 서로의 상처와 푸근함이 공존하던 ‘일진’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내며, 낯익음과 낯섦이 교차하는 청춘의 면면을 그려냈다. 네 명의 남자가 아현동 골목을 걷는 순간, 주머니에 묻혀 있던 지난 설움과 쓸쓸한 우정이 따뜻한 농담과 만담으로 다시 피어올랐다.
지진희는 “여기 골목골목에서 돈 많이 뺏겼다”고 말하며 어린 날의 당혹스러움을 털어놓았다. 이에 유재석, 지석진, 유연석까지 아련하게 공감하며, 한때 교복 주머니와 손가락 사이를 스쳐간 회수권의 감촉과 허탈했던 감정까지도 함께 꺼내들었다. 유재석은 “여기 뺏긴 애들만 있다. 그래서 우리가 연예계 롱런할 수 있는 것”이라며 슬쩍 던지는 위트 속에, 견딤과 씁쓸함조차도 살아남은 자의 유머로 녹여냈다.

특히 지석진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가 깊은 여운을 남겼다. 모르는 깡패 형에게 이끌려 생경한 집에 도착했지만, 뜻밖에 돈은 뺏기지 않고 참외를 대접받으며 돌아온 그 날의 오후, 인생에도 기묘하고 다정한 반전이 숨어있음을 깨닫게 한다. 유재석이 덧붙인 “옛날 깡패 형들은 돈만 빼앗아, 회수권은 챙겨줬다”는 말에는 아릿한 연민과 시대의 체념, 그리고 묘한 다정함이 동시에 번졌다.
어린 시절의 구멍가게와 참외 한 조각, 잊혔던 회수권이 모여 네 사람의 입꼬리를 올린다. 설움은 농담이 되고, 상처마저도 포근한 공감과 용기로 바뀌는 그 시간 속에서, 서로의 다름이 곧 인생의 깊은 동료애로 피어난다. 언제나 예능 1위를 굳건히 지키는 ‘틈만 나면,’은 이번에도 짧은 인생담과 농도 짙은 만담으로 시청자에게 쉼 없는 웃음과 진한 공명을 선물했다.
추억의 골목들을 유랑 삼아 돌아온 SBS ‘틈만 나면,’ 34회는 8월 12일 화요일 저녁 9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