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설이 불안 심리 키웠다”…일본 소도시 여행 꺼리는 홍콩인
요즘 일본 여행을 망설이는 홍콩인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일본 소도시가 해외여행의 아지트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새로운 일상이 됐다.
실제로 그레이터베이항공이 홍콩과 일본 둣토리현 요나고, 도쿠시마현 도쿠시마를 잇는 정기 노선 운항을 오는 9월 1일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미 홍콩과 도쿠시마, 센다이를 오가는 항공편 역시 일부 감편된 상태다. 항공사 쪽에서는 “일본 대지진설이 홍콩 내에서 번지며 여행객이 크게 줄었고, 실적 악화로 노선을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고 고백했다.

이런 흐름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한 달간 일본을 찾은 홍콩인의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1.2% 감소했으며, 주요 국가·지역 중 홍콩만 유일하게 5월 방문객이 줄었다는 통계다. 온라인과 SNS 등에서는 ‘일본 대지진설’과 같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지고 있다. 위험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실제 여행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고토다 마사즈미 도쿠시마현 지사는 “과학적 근거 없는 소문으로 운항이 중단돼 매우 아쉽다”며 “운항 재개는 수요 회복 상황을 보며 도민과 협의할 것”이라고 표현했다. 여행 심리 전문가들은 “감정은 이성보다 빠르게 퍼진다. 한 번 생긴 불안은 익숙한 여행지의 매력까지 압도한다”고 진단했다.
여행 커뮤니티에선 “나도 올봄에 항공권을 예매하려다 취소했다”, “중소도시 여행이 매력이 있었는데 아쉽다”는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일상의 불안은 여행이라는 기쁨에도 깊게 스며든 모양새다.
실제로 기자가 여러 여행 플랫폼을 살펴본 결과, 일본 소도시 여행 상품에 대한 문의가 확연히 줄고, 대신 동남아나 대만 등 다른 목적지 매출이 반사적으로 오르고 있었다. 일본 소도시는 찻집 골목, 한적한 온천마을과 같은 일상의 감성을 안겨줬던 곳이었기에 그 변화가 더욱 아쉬워진다.
작고 사소한 소문 하나에도 여행자는 흔들린다. 대지진설이라는 불확실성은, 결국 우리 삶과 선택의 태도마저 바꿔놓고 있다. 여행은 언제나 감정에 따라 결정된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