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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림이 주는 느린 쉼”…완주, 날씨와 무관한 힐링 여행지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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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림이 주는 느린 쉼”…완주, 날씨와 무관한 힐링 여행지 각광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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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를 찾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 예전엔 날씨가 관광 코스를 좌우했지만, 지금은 흐림과 비마저 완주 여행의 일부가 됐다. 그만큼 '느린 쉼'을 찾는 이들에겐 기후보다 마음의 방향이 먼저다.

 

8월 4일 완주의 낮 기온은 29도, 체감온도는 31.5도로 덥지만 미세먼지 걱정은 없다. 습도가 높아 다소 무더운 날씨에도 여행객들은 다양한 힐링 코스를 경험했다. 현지에서는 “흐리면 흐린 대로 숲이 더 깊어진다”, “비 오기 전의 고요가 좋아 일부러 이럴 때 찾는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천호성지
사진 출처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천호성지

인기 명소인 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은 숲길 산책, 건강한 식사, 전통 생활체험이 한데 어우러진다. 실내·외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구조 덕분에 날씨 구애 없이 쉴 수 있다. 저녁 무렵이면 ‘음식보다 공기에 더 취한다’는 여행자의 감탄도 SNS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전북지역 관광공사에 따르면, 여름철 흐린 날씨와 관계없이 완주 내 힐링형 체험지 방문객 비율이 3년 새 28% 늘었다. 시원한 실내 온실이 매력적인 중앙식물원도 그중 하나다. 각종 열대식물과 꽃이 가득해 사진 명소로 입소문을 타며, 평일 낮에도 가족 단위 방문자가 꾸준하다.

 

‘날씨와 상관없이 쉬고 싶은 공간’을 찾는 흐름에는 이유가 있다. 심리학자 김현진은 “팬데믹 이후 날씨, 상황에 따른 일상의 유연성을 중시하는 여행 성향이 두드러진다”며 “실내·외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완주의 명소야말로 진짜 쉼의 경험을 선사한다”고 표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 예보에도 마음 편히 떠났다”, “습해도 편백숲 향 덕에 숨통이 트였다”, “날씨 핑계 없이 나를 돌보는 하루가 됐다”는 생생한 후기가 이어졌다. 특히 상관편백숲의 짧은 트레킹과 천호성지 같은 역사·종교 코스도 ‘천천히 머물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완주의 오늘은 흐리지만, 여행자들의 마음 풍경까지 흐릿한 것은 아니다. 소란스러운 도심을 벗어나 차분한 내면을 만나고 싶다면, 날씨부터 신경 쓰던 여행 습관을 잠시 접어두어도 좋겠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 삶의 방향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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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안덕건강힐링체험마을#상관편백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