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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우려 커진다”…유통기한 지난 생수, 건강 위협 논란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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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이 지난 생수의 안전성 문제가 글로벌 바이오 헬스 시장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는 물 자체의 오염 여부가 관리 기준이었으나, 최근 연구는 페트병 내 유통기한 초과 시 미세플라스틱의 침출 및 인체 유입 가능성에 주목했다.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단순 저장 기간 연장이 아닌, 생수 용기 자체의 화학적 안정성 문제가 본격 대두된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영국, 캐나다, 오스트리아 등 여러 연구기관이 페트(PET,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병에 장기간 담긴 생수가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현저히 높인다는 다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유통기한은 일반적으로 18개월~2년 범위로 설정되는데, 이 기간은 ‘물’이 아닌 ‘플라스틱 용기’의 품질보존 한계를 의미한다.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은 크기 2마이크로미터(0.002mm) 내외의 극소 플라스틱 입자를 일컫는다. 시간이 경과하거나, 고온·직사광선·강한 화학냄새 환경에 노출된 플라스틱은 구조적 분해가 가속화돼 물 속에 미세플라스틱이 유입될 수 있다.

PET는 기본적으로 산소와 수분이 내부·외부로 출입 가능한 특성이 있다. 저장 기한이 길수록 용기 외벽을 통한 수분 손실, 오염물질 유입 위험도도 높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동연구를 진행한 셰리 메이슨 박사에 따르면, 플라스틱 용기는 환경 내 합성 화학물의 인체 전달 매개체 역할을 하며, 일부 작용은 암, 정자 수 감소, ADHD 등 만성 질환과 연결될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이미 태반, 모유, 폐, 혈액 등 인체 다양한 조직에서 검출된 사례가 알려졌다.

 

생수 애용자 중심으로 인체 노출 위험은 현저히 높아진다. 캐나다 콘코디아대 사라 사제디 박사팀 분석에 의하면, 생수를 마시는 인구는 수돗물만 섭취하는 인구 대비 연간 약 90만 개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미세플라스틱은 장내 미생물 균형을 붕괴시켜 대사 및 면역 기능 저하, 호흡기 질환 등 다양한 만성적 건강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됐다.

 

또한 오스트리아 그라츠대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 노출이 장내 미생물군 변화를 유발하며, 일부 변화는 우울증과 장암 환자의 미생물 패턴과도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물리적 변이뿐 아니라 정신 건강과도 연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같은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식품·의약 규제기관은 페트병 생수 내 미세플라스틱 허용 기준이나 장기 복용 시 위해성 가이드라인 마련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제품 제조, 유통기한 명확화, 용기 규격 개선 등 규제 보완 논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생수의 실질적 위해성에 대한 대규모 역학조사와 미세플라스틱 영향 연구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면서, 소비자 인식 개선 및 고성능 바이오 감지·필터링 기술 도입의 확산 필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과학적 경고가 실제 정책과 시장에 반영될지 주시하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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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유통기한생수#세계보건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