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30년 만의 은빛 질주”…이재웅, 아시아육상 1,500m 2위→한국 중거리 새 역사
스포츠

“30년 만의 은빛 질주”…이재웅, 아시아육상 1,500m 2위→한국 중거리 새 역사

박지수 기자
입력

뜨거운 햇살과 무수한 응원 속, 트랙 위를 가르는 발끝에는 오랜 기다림과 간절함이 실려 있었다. 이재웅은 마지막 코너를 돌아 결승선을 향해 자신을 던지듯 달렸다. 정적을 깨는 순간, 이재웅은 마침내 30년 만에 한국 육상 중거리 종목에 은빛 메달을 안겨줬다.

 

28일 경북 구미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25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 남자 1,500m 결선에서 이재웅은 3분42초79의 기록으로 2위에 올랐다. 결승선 직전까지 일본의 이자와 가쓰토와 숨막히는 선두 다툼을 펼쳤고, 0.23초라는 찰나의 차이로 아쉽게 우승을 놓쳤다. 반면 3위 유누스 샤(인도)와는 불과 0.24초 차이로 은메달을 지켜내며, 값진 한 걸음을 남겼다.

“30년 만에 쓴 은빛 질주”…이재웅, 아시아육상 1,500m 2위→한국 첫 메달 / 연합뉴스
“30년 만에 쓴 은빛 질주”…이재웅, 아시아육상 1,500m 2위→한국 첫 메달 / 연합뉴스

이번 은메달은 한국 남자 1,500m 역사에 특별한 의미를 새겼다. 1995년 자카르타 대회에서 김순형이 동메달을 거머쥔 이후 무려 30년 만에 아시아선수권에서 이뤄낸 기록이다. 또한 김복주(1991년), 김순형(1993·1995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이 부문 시상대에 섰다.

 

이재웅은 이미 고등부 시절부터 남달랐다. 2019년 경북영동고 재학 때 1,500m 고등부 한국 기록(3분44초18)을 세웠고, 이번 대회에서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다. 고향 경북 영천과 가까운 구미에서 펼쳐진 레이스에서 그는, 자신의 성장과 한국 중거리 육상의 미래를 동시에 증명했다.

 

경기 직후 “30년 만에 이룬 메달이라 더 기쁘다. 관중과 응원의 힘을 다 받아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전한 이재웅의 눈빛에는 다음 도전을 향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현장에서는 관중들의 환호가 쏟아졌고, SNS에는 ‘한국 육상 부활’ ‘이재웅 감동 레이스’라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이재웅의 은메달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육상대표팀이 거둔 첫 메달이기도 하다. 남은 일정에서도 한국 선수들이 바톤을 이어받아 메달 소식을 전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하루의 끝, 구미의 붉은 트랙 위에서 젖은 땀방울만큼이나 빛나던 은빛 질주. 다음 장면을 예감하게 하는 이재웅의 발걸음은, 먼 길을 돌아온 한국 중장거리 육상에 다시 한 번 희망을 전했다. 2025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에서 펼쳐지는 대표 선수들의 여정은 관람객의 마음에도 오래 남을 전망이다.

박지수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이재웅#아시아육상#한국육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