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건국전쟁2 관람, 다양한 관점 존중 어렵다”…이상봉 제주도의장, 장동혁 발언 강력 비판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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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의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됐다. 이상봉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은 14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영화 ‘건국전쟁2’를 관람한 뒤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은 존중돼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유감과 우려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이 발언을 두고 정치권과 지역사회가 격렬하게 맞붙으며 정국이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이상봉 의장은 이날 제443회 임시회 개회사를 통해 “4·3은 국가권력에 의해 수많은 무고한 도민이 희생된 역사적 비극이다. 이를 정치적 목적이나 왜곡된 시각으로 해석하는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잘못된 역사 인식과 혐오 표현으로 4·3 희생자와 유가족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역시 엄중히 경계해야 할 것”이라며, “도의회는 4·3의 역사를 올바르게 계승하기 위해 도민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하성용 도의회 4·3특별위원장의 비판도 이어졌다. 하 위원장은 5분 자유발언에서 “국가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집단 희생 앞에 ‘다양한 역사적 관점’이라는 변명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며, “장동혁 대표는 제주 땅에 엎드려 사죄하라”고 직격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제주도의원들도 이날 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동혁 대표의 영화 관람과 발언을 규탄했다. 의원들은 “제주 4·3을 정치도구로 삼는 행태를 중단하고,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장동혁 대표는 지난 7일 정희용 사무총장, 서지영 홍보본부장 등 국민의힘 당직자, 청년 당원들과 함께 ‘건국전쟁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2’는 1945년부터 1950년 해방정국에서 정부수립을 둘러싼 좌우 갈등을 다루는 독립영화로, 제주4·3 사건 서술방식에 대해 역사 왜곡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정치권은 장동혁 대표의 발언과 4·3 해석을 두고 여야 대립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주 지역사회 또한 희생자와 유가족의 명예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이번 논란이 내년 총선을 앞둔 민심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도의회는 향후 4·3 평화 정신 계승 방안을 집중 논의할 방침이며, 국민의힘 지도부의 추가 입장 표명도 정치권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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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봉#장동혁#제주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