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맥주, 도시가 어우러진다”…부산 벡스코 수제맥주 축제의 새로운 질감
요즘은 지역 축제에서도 도심과 바다가 하나가 되는 순간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맥주 페스티벌이 단순한 먹거리 축제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부산만의 감성, 지역의 에너지가 살아 숨쉬는 새로운 일상이 됐다.
부산 해운대구의 벡스코는 9월 20일부터 24일까지 ‘부산수제맥주마스터스챌린지’라는 이름의 큰 무대로 변신한다. 푸른 바다와 도심의 활기가 뒤섞인 마켓에서 맥주잔을 채우고, 코 끝을 간질이는 크래프트 비어의 내음에 이끌려 시민과 여행자 모두가 축제의 한복판에서 만나고 있다. SNS에선 캔맥주 사진과 함께 ‘맥덕 인증’ 해시태그가 끝없이 이어지고, 직접 맥주 라벨을 그려보는 워크숍까지 등장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올해 행사에는 부산 대표 수제맥주 9개 브랜드가 참가하고, 전국 수제맥주 애호가와 지역 주민이 동시에 몰렸다.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 심사단이 맥주 품평회에 참여하고, 음악과 퍼포먼스, 푸드마켓이 곁들여지면서 단순한 마시기 이상의 경험이 강조된다. 아무래도 코로나 이후 실내외 ‘참여형’ 축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지역 고유의 정취까지 한데 묶이면서 이런 현상이 뚜렷해진 셈이다.
트렌드 분석가 박승연은 “수제맥주 페스티벌의 본질은 지역성과 체험성에 있다. 부산의 해변과 벡스코라는 공간이 만나 생기는 에너지, 그리고 관객이 심사자로 나서는 방식은 삶의 여유와 소속감을 높여준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축제장을 찾은 30대 직장인 허지영 씨 역시 “바쁜 일상에 쉼표를 주는 데엔 음악과 맥주, 그리고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제격”이라고 소소한 만족을 전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맥주 맛 뭐가 다르겠냐 싶었는데, 각 브랜드마다 취향이 뚜렷하다”, “비어 콘서트 분위기에서 친구들과 함께 사진 찍으니 여행이 부럽지 않았다”, “나만의 맥주 라벨 만들기는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다”, “지역 축제지만 누구든 어색하지 않게 녹아들 수 있었다”는 등의 이야기가 오간다. 그만큼 이 축제는 부산 로컬의 맛과 취향, 그리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품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수제맥주와 음악, 그리고 도시가 만나 일상을 축제로 바꾼다면, 부산의 가을도 그만큼 더 깊게 우리의 기억에 스며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