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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에도 잠잠”…번호이동·지원금 경쟁 ‘관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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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에도 잠잠”…번호이동·지원금 경쟁 ‘관망세’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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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폐지되며 본격적인 지원금 경쟁이 촉발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실제 이동통신 유통시장은 첫 주말에도 별다른 소란 없이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6월 22일 단통법 폐지 이후 26일까지 전체 번호이동(알뜰폰 제외)은 9만5233건으로, 과거 일일 2만~6만건에 달하던 주간과 비교해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지원금 규모나 이통 3사의 마케팅 공세에 따라 시장 주도권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당분간은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른바 단통법은 2014년부터 이동통신 단말기 구매 시 지원금 지급 방식과 상한선, 차별 지급 금지 등을 정한 규제 법안으로, 10년 만인 올해 공식 폐지됐다. 이에 따라 각 통신사는 기기변경과 번호이동 시 지급 가능한 지원금에 차이를 둘 수 있게 되었지만, 새 법안 도입 직후 첫 주말 현장에서는 기대와 달리 대규모 할인 경쟁이나 이른바 ‘휴대폰 대란’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26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의 주말 번호이동은 1만4076건에 그쳤고, 하루에 6만건씩 이동했던 과거와 비교해 변화폭이 제한적이었다. 일요일은 휴대폰 개통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이동건수가 집계되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매장을 찾기보다 시장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소비자가 늘었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시장 과열 조짐은 번호이동 건수에 반영되지만, SK텔레콤만 가입자가 428명 순증한 것을 제외하면 KT와 LG유플러스 모두 소폭 순감에 머물렀다. 기기변경보다 번호이동 지원금을 확대할 것이란 예측도, 실제 현장에서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주요 이통사가 연간 마케팅 예산을 이미 책정해둔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을 단기간 내 대폭 투입할 여력이 크지 않거나, SK텔레콤 해킹 사고 후 KT·LG유플러스가 지난 수개월간 가입자를 충분히 모았다는 점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SK텔레콤의 경우, 해킹 사태와 보상안 시행 등으로 비용 부담이 많아진 반면, 시장점유율이 40% 아래로 떨어지면서 시장 내 돌파구 마련이 과제가 됐다. 가입 해지시 위약금을 면제하고 전 고객에게 8월 통신요금 50% 할인 등 약 5000억 원 규모의 파격 보상책도 이미 내놓은 상태다. 결과적으로 “SK텔레콤의 보조금 전략 변화 여부가 시장 전체의 경쟁 강도와 추가 변동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지원금 확대에 대한 기대가 살아 있는 가운데, 이통사업자들이 앞서지 않고 관망하는 이유로는 재원 이슈, 손익분기 압박, 정책 변화 적응 기간 등이 동시에 거론된다. 미국 등 일부 해외 시장에서는 비슷한 규제 완화 이후 일시적 보조금 경쟁이 심화된 사례도 있지만, 국내에서는 정부의 현장 점검·단속 예고와 맞물려 신중한 대기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폐지와 함께 불법·편법 마케팅 차단을 위해 전국 단위 집중 모니터링과 현장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원금 정책, 번호이동 경쟁, 규제 환경 등이 맞물려 단기간 내 시장 주도권 변화가 이어질 수 있다”며 “이통사별 새로운 사업전략, 마케팅 정책 발표가 촉매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해석했다. 산업계는 단통법 폐지, 지원금 정책 변화, 당국의 시장 감시 등이 교차하는 이번 전환기에 이동통신 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재편될지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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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단통법#번호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