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 억제력 빛났다”…고영표, 피안타 1위에도→평균자책점 3.28
등판할 때마다 몰아치는 안타에도 고영표는 흔들림 없이 마운드를 사수했다. 위기가 닥쳐올수록 오히려 더 침착해지는 그의 투구는, ‘볼넷만큼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단단한 신념에서 비롯됐다. 기록 위에 쌓인 자신감과 끈기는 kt wiz 마운드에 이례적인 울림을 남겼다.
2024 KBO리그에서 고영표는 이미 kt wiz의 확고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 들어 71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규정 이닝 투수 중 피안타 1위, 피안타율 0.296으로 정규 투수 1위에 올라 있지만, 평균자책점은 3.28로 팀 내 두 번째이자 국내 투수 8위에 해당한다. 안타를 맞고도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특유의 볼넷 억제력에 있다.

고영표는 올 시즌 60과 3분의 1이닝 동안 볼넷 13개만을 기록하며, 9이닝당 1.94개의 볼넷 허용으로 리그 최고 수준의 제구력을 증명했다. 이는 팀 동료 오원석의 기록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에 가깝다. 올 시즌뿐 아니라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세 시즌 연속 9이닝당 최소 볼넷 허용 1위 자리를 지켰으며, 지난해 슬럼프에도 1.26개의 안정적인 수치를 남겼다.
최근 경기도 그의 색깔이 뚜렷했다. 2일 키움전에서 6이닝 동안 16안타를 내주고도 볼넷은 2개, 3실점에 불과했다. 이어진 롯데전, KIA전에서도 이닝 내내 주자들이 베이스를 메웠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4, 5회 이닝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더 집중하며 득점권 피안타율을 0.239로 낮춰갔다.
그의 구종은 130km대 투심 패스트볼과 110km대 체인지업을 근간으로 한다. 정직한 승부에 가까워 안타를 적잖이 내주지만, 볼 배합의 노련함으로 땅볼, 내야플라이 등 힘 있는 대응을 유도한다. 상대 타자들 역시 쉽게 점수를 뽑지 못하며, 위기가 반복돼도 신경질적인 동요를 찾기 힘들었다.
고영표는 "출루를 최소화해야 대량 실점을 막을 수 있다"며 자신의 색깔을 당당히 드러냈다. 그 단호한 목소리 뒤에는 지난 시간 무수한 실패와 재도전이 켜켜이 쌓여 있다. kt wiz는 고영표가 지켜낸 안정적인 이닝과 제구력에 힘입어, 2024 시즌 중반 순위 경쟁에서 반전을 꿈꾼다.
밤하늘 아래서 한 투수의 고요한 투구가 이어지는 순간, 삶의 또 다른 용기와 사유가 깃든다. ‘꾸준함의 미학’은, 묵묵한 땀방울 위에 더욱 빛난다. kt wiz와 고영표가 함께 써가는 서사는 오늘도 야구 팬들의 가슴에 묵직한 의미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