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간판 렴대옥-한금철, 올림픽 출전권 좌절→빙판 위 응원만 남겼다”
차가운 조명 아래 빙상장에 울려 퍼진 마지막 음악이 멎자, 렴대옥과 한금철은 서로를 바라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8년 만의 꿈을 안고 나섰던 도전은 끝내 상위 3위 이내 입성이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두 선수는 기술점수 48.05점, 예술점수 43.30점 등 프리스케이팅에서 총점 91.35점, 앞서 기록한 쇼트프로그램 46.95점을 합쳐 최종 138.30점을 기록하며 피겨 페어 순위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중국 베이징의 빙상장에서 진행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추가 예선전에는 11개 팀이 출전했다. 북한 렴대옥-한금철 조는 아쉽게도 상위 3팀에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 확보에는 실패했다. 페어 부문 1위는 191.52점을 기록한 중국의 장자쉬안-황이한 조, 2위는 아르메니아의 카리나 아코포바-니키타 라크마닌 조, 3위는 일본 나가오카 유나-모리구치 수미타다 조가 차지하며 모두 올림픽 무대로 향하게 됐다.

렴대옥-한금철 조는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던 실력파이자, 2018 평창 올림픽 무대 경험까지 가진 북한 피겨스케이팅의 상징적인 존재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또다시 출전권 확보가 무산되면서, 팬들과 함께 간절함을 삼켜야 했다. 북한은 과거 도쿄 하계올림픽 불참 이후 IOC 징계로 2022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도 좌절된 경험이 있어, 이번 복귀 도전에 많은 기대가 쏠렸었다.
여자 싱글에서는 러시아 출신의 개인중립선수 아델리아 페트로시안이 209.63점으로 1위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대회 참가 금지 사태에 직면했던 바 있으나, 최근 ISU와 IOC의 제한적 허용에 따라 이번 대회에서 AIN 자격으로 출전해 각각 한 장의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남자 싱글에 예고됐던 로영명이 기권을 택하며 북한은 이번 추가 예선전에서 단 한 장의 출전권도 따내지 못했다. 답답한 숨결이 교차하는 가운데, 빙상장을 떠나는 두 선수의 뒷모습은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저마다 의미의 무게를 안고 돌아서는 선수들의 눈빛, 그 곁을 오래도록 지켜보던 팬들의 박수가 빙상장을 채웠다. 스포츠가 남기는 위로와 기억의 흔적은, 렴대옥-한금철 조의 도전 뒤에도 잔잔한 여운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