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 들고 바다로”…경포 썸머 페스티벌, 해변에서 즐기는 젊음의 한여름 밤
요즘 여름바다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 사이에서 “경포 해변 축제에 가고 싶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예전엔 여행이 휴식 그 자체였다면, 지금은 모르는 사람들과 음악과 에너지, 특별한 순간을 나누는 경험이 하나의 필수 일상이 됐다. 해질 무렵 바다와, 젊음이 뒤섞인 해변의 풍경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여름을 보여 준다.
해마다 7월의 끝, 강릉 경포해수욕장에서는 ‘경포 썸머 페스티벌’이 열린다. 2025년에는 7월 29일부터 8월 4일까지 7일간 본격적으로 펼쳐지며, 바다와 숲, 무대와 모래사장, 그리고 낮과 밤까지 모든 시간이 축제로 연결된다. 낮에는 송림 플리마켓에서 지역 작가의 아기자기한 소품과 수공예품을 둘러보고, 송림 힐링존에 앉아 잠시 쉼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해안가에서는 물총 배틀, 탁구 챌린지, 다이빙 체험 등 온몸을 움직이며 즐기는 게임과 이벤트가 이어진다. SNS에는 물총에 젖은 웃는 얼굴,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친구들과의 셀카가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0~30대의 72%가 “여름 해변여행에서 체험형·참여형 축제 프로그램이 더 기억에 남았다”고 답했다. 해변 크로스핏, 비치발리볼 등 생활체육도 대세다. 즉흥적으로 팀을 이루어 경쟁하는 묘미, 모두가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분위기가 젊은 여행자들을 붙잡는다. 그만큼 관광객들의 경험이 단순한 휴식에서 색다른 활동, 새로운 만남으로 확장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관계의 축제화’라고 이름 붙인다. 손미연 트렌드 분석가는 “SNS에선 참여 인증과 즉석 친구 맺기가 한창이에요. 경포해수욕장의 썸머 페스티벌은 사람과 장소, 시간, 경험 모두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죠. 여름 여행이 곧 ‘내가 중심이 되는 축제’가 되는 셈”이라고 느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즉석에서 패거리가 만들어지고, 낯선 이들과 함께 경연에 참가하며 색다른 인연을 남기는 풍경이 자주 연출된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작년에 들어갔던 EDM 나이트,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다이빙 처음 해봤는데 진짜 쫄깃했다. 내년에는 친구들 더 데려가야지”, “그냥 보는 축제가 아니라, 직접 뛰어놀고 추억을 만들 수 있어 좋았다” 등 직접 참여의 재미를 언급하는 이들이 많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경포썸머페스티벌’ 해시태그를 단 생생한 영상과 사진이 쉴 새 없이 새로 올라온다.
해질녘이 오면 분위기는 무르익고, 오후 7시 20분 시작되는 라이브 음악 ‘펑키투나잇’ 공연, 밤 8시부터 이어지는 크라잉넛, 소란, 넉살, 비와이 등 유명 뮤지션들의 무대는 젊음의 열기를 한껏 끌어올린다. 그 열기가 식지 않은 채 EDM 나이트가 새벽까지 이어지고, 해변은 단 한곳이어도 마치 도시 전체를 품고 있는 듯하다.
작고 사소한 놀이나 공연, 즉석의 만남과 우정이 쌓이는 경포해변. 여행지에서의 하루가, 때로는 하루치 이상의 기억으로 오래 남는 이유다. 경포 썸머 페스티벌은 단지 여름 한 주간의 이벤트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주인공이 되는 삶의 리듬’ 그 자체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