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속 버디 폭발”…이수정, KLPGA서 슬럼프 탈출→생애 첫 컷 통과
모든 압박이 녹아내린 순간, 이수정의 어깨에는 오랜 침묵이 점차 사라져 갔다. 쏟아지는 햇살 아래 4연속 버디를 이어간 라운드마다 마음속 불안도 멀어졌다.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단단하게 쌓아 올린 6언더파의 결과에는, 긴 슬럼프 끝에 찾아온 안도의 숨결이 투영됐다.
2025년 8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2라운드에서 이수정은 보기 없는 66타 맹타를 휘둘렀다. 이날 3번 홀부터 6번 홀까지 4연속 버디를 잡아냈고, 합계 10언더파 134타로 상위권을 꿰찼다. 전날 68타의 안정감을 이어간 이수정은 이틀 연속 노보기 플레이로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이번 무대는 이수정에게 KLPGA 투어 두 번째 도전이었다. 지난 5월 데뷔전에서는 컷 통과에 실패했지만, 드라이버 입스로 고전하던 시간을 뒤로한 채 마침내 생애 첫 컷 통과를 이뤘다. 주니어 시절 전국 대회 2회 우승에 빛나던 그는 프로 전향 이후 긴 부진에 시달렸으나, 올 시즌 드림투어와의 병행 속에서 다시 희망의 불씨를 살려냈다.
이수정의 극적인 부활은 기록에서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틀간 파 4홀과 파 5홀에서 28번 티샷해 27번이나 페어웨이 안착에 성공했고, 파 5홀 8개 모두에서 티샷을 완벽히 조준했다. 그린 적중률은 88.89%로, 그린을 놓친 경우는 고작 4차례에 불과했다. 총 10개의 버디를 모으는 동안 보기 없이 두 라운드를 마쳐, 실전 감각이 한껏 무르익었음을 증명했다.
심리적 변곡점 역시 중요한 변수였다. 이수정은 “완벽을 바라지 않으려 스스로 세뇌한 뒤 드라이버 입스를 극복했다”며 최근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샷부터 퍼트까지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듯한 표정이 매 순간 이어졌다. “어제는 샷이 좋았고, 오늘은 중거리 퍼트가 잘 들어왔다”고 꼼꼼하게 이날 라운드를 돌아본 그는, “순위보다는 매 홀 최선을 다하겠다”는 신중한 각오도 잊지 않았다.
25세의 이수정은 올 시즌 드림투어 상금 상위권과 정규투어 시드 확보를 함께 노리고 있다. 그는 “실력뿐 아니라 인성과 예의까지 갖춘 선수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연습장과 필드, 두려움과 집중이 교차하는 골프장 어느 귀퉁이에서, 오늘 이수정은 스스로를 다시 믿기 시작했다. KLPGA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그녀가 남긴 기록과 마음의 변화는 골프 팬들에게도 오랜 울림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