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 보조수단”…초등 저학년, 정서 발달 정책 강화 촉구
AI 기술의 발전이 초등 저학년 아동의 사회정서역량 발달 환경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17일 발표한 ‘AI시대, 아동기 사회정서역량 발달의 쟁점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적 관계 형성과 공감능력, 다양성 수용 등 인간 고유의 사회적 감수성은 AI 시대에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 6~8세 초등 저학년 시기를 관계적 역량 형성의 ‘골든타임’으로 규정하며, 이 시기에 디지털 중심 생활로 인한 기본적 인간 경험 공백을 최소화하는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싼 활용 논란이 확산됐다. 일부에서는 AI가 수업 참여도를 높여 교육 혁신을 촉진한다고 보나, 반면 디지털 과몰입·문해력 저하 등 폐해에 대한 우려도 높다. 특히 AI 챗봇, 메타버스 등 비인간 기반 상호작용이 확산되면서 과거 또래·가족·학교 중심의 상호작용 환경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초등 저학년은 사회정서역량이 본격적으로 확장·심화되는 발달적 전환점에 있다. 현실의 대면 상호작용, 자유로운 놀이, 자연 기반 활동을 통해 기초 사회성과 정서적 안정감을 확보하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단은 이 시기에 자기관리 기술보다 관계·감정 경험이 우선돼야 하며, AI는 ‘보조수단’에 그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스마트폰, 컴퓨터 등 스크린 타임의 증가는 아동의 주의력 조절, 충동 억제, 인내심 등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실제 대면 활동이 줄고, 알고리즘 정보 편향, AI 캐릭터와의 감정 몰입에 따른 정서 왜곡 등도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AI 기반 학습 환경이 확산될수록 인간 중심의 전통적 체험—비구조화 자유놀이, 직접 소통—이 더욱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책적 대안으로는 놀이 중심의 물리적 공간 확충, 사회·정서 체험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 가족과 함께하는 창의적 콘텐츠 개발 등이 제시된다. 재단 측은 “AI시대 아동 정책은 기술 도입 그 자체보다 인간 발달의 본질적 요소 보완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며, “특히 지자체 차원의 복합적 접근, 사회적 관계망 및 안전망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와 정책당국은 AI가 아동 발달의 ‘도구’에 머물고 인간 중심 경험이 균형 있게 보장되는 정책 설계가 실제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계는 이번 논의가 미래세대의 건강한 성장 기반 구축을 위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