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담배 손배소”...흡연 자유의지 논란→사회적 책임 공방 심화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를 놓고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내외 담배 제조사들이 법정에서 또 다시 격돌했다. 장기화된 소송의 항소심 최종 변론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흡연에 기인한 사회적 비용 부담과 공공 보건의 책임을 강조하며, 담배 제조사의 법적 책임을 묻는 논리를 정교하게 펼쳤다. 이에 맞서 제조사 측은 “흡연은 본질적으로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한 결정”임을 내세우며, 배상 책임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기조를 견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흡연 경력 30년 이상, 20갑년을 기준으로 폐암 및 후두암 판정을 받은 환자 3456명의 보험급여 약 533억원이 제조사의 은폐와 기만행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과의 공동 연구를 인용하며, 대규모 환자 표본을 통한 통계적 분석 결과 흡연자가 비흡연자에 비해 소세포폐암 발생 위험이 무려 54.59배 높다는 근거도 제출됐다. 더불어 담배의 중독성과 오랜 기간 축적된 피해, 그리고 과거 사회적 인식의 한계까지 논거에 포함시켰다. 한편 담배 제조사들은 “흡연 중단 성공사례가 적지 않으며, 법적으로 자율적 판단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범위의 행위”라고 역설했다. 1심 판례와 헌재의 기존 입장 역시 흡연자가 자유의지를 상실한 적이 없음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이 양측의 주장은 ‘폐암 등 질환의 직접 원인 규명’과 ‘사회와 개인 책임의 경계’라는 문제의식을 내포하고 있다. 폐암 치료로 인한 보험금 지출이 과연 제조사의 위법행위에 근거한 손해인지, 아니면 사회보험제도의 자연스러운 비용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국내 보건정책의 지형까지도 뒤흔들 소지를 안고 있다. 법조계와 보건 정책 당국, 그리고 연관 학계 역시 이번 판결의 행방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재판부가 제시할 판결은 오는 8월 이후로 예상된다. 이 소송은 국내 IT·바이오 정책과 산업계에 ‘위험 사안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범위’라는 묵직한 질문을 남기고 있다.